[ET칼럼]IT업계 `불청객 맞이`

 불청객은 한마디로 반갑지 않은 존재다.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마찬가지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왔으니 반가울리 없다. 불청객이 사람이라면 싫은 내색이라도 할 수 있다. 심하면 문전박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의 불청객은 속수무책이다. 이쪽이 아무리 싫어해도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다.

 자연의 불청객은 절기마다 다르다. 봄의 불청객은 황사다. 여름은 태풍이고, 가을은 뒤늦은 장마다. 모두 반갑지 않은 실재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에게 재난을 준다는 사실이다. 봄의 황사나 가을장마로 인한 피해정도는 태풍에 비하면 약과다. 태풍은 인간에게 위협적이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크다.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한번 휩쓸고 간 자리는 온통 할퀴고 긁힌 상처만 남는다.

 7월부터가 그런 절기다. 이미 5호 태풍은 우리 곁을 지나갔다. 비교적 얌전하게 스쳐갔다. 6호 태풍은 일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겨우 한숨 돌리나 했더니 7호 태풍이 다시 몰려온다. 오라고 손짓한 것도 아닌데 꼬리를 문다.

 불청객이 와도 문밖에서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자연의 불청객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그럴 수단도, 능력도 없다. 불가항력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IT강국의 위세도 소용없다. 이는 인간 능력 밖의 일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사전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 요체는 유비무환의 자세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꼼꼼히 점검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안전할 때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 이통전화사업자를 비롯한 IT업체들은 더욱 그렇다. 잘못 대처하면 엄청난 통신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도공(悼公)에게는 사마위강(司馬魏絳)이라는 유능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용의주도하고 원칙에 엄격했다. 언젠가는 도공의 동생이 군법을 어기자 그의 마부를 대신 목을 베어 죽인 적도 있었다. 그가 많은 공을 세우자 도공이 위강에게 값진 보물을 선물로 내렸다. 위강은 이를 돌려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고(居安思危) 대비하면(思則有備) 근심이 사라집니다(有備則無患).” 도공은 사마위강의 이런 말을 실천해 천하를 통일했다고 한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준비하면 근심이 줄어든다. 1대29대30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미국의 보험전문가인 H W 하인리히가 각종 사고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큰 사고가 한 건 발생하면 그 뒤에는 29건의 각종 사고가 있고 29건의 사고 뒤에는 이보다 더 작은 300건의 사고가 있다는 것이다. 작은 사고 뒤에는 수천개의 불안전 요인들이 누적돼 있다가 어느날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고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요인이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어떤 위험에 노출하면 ‘설마 나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화를 부르는 시발점이다. 철저한 방재망 구축만이 IT업계의 피해를 막는다. 불안전한 상태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싫어한다고 돌아갈 태풍이 아니다. 여름철 불청객맞이의 IT처방전은 유비무환의 자세다.

 이현덕 논설실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