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압 얼룩` 구책사업

 나노팹 선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과학기술부 장관 및 실장·국장실에는 최근 국회의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전화의 대부분은 나노팹이 관할지역구에 설치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성 압력전화다. 이 때문에 과기부 직원들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당초 5월 확정키로 한 나노팹 선정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이 같은 로비 때문이라는 설도 없지 않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전화 공세는 부지선정을 앞두고 있는 양성자가속기 유치 과정에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양성자가속기가 자기 지역에 유치되도록 힘써달라는 의원들의 로비가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과기부 공무원들은 양성자가속기 선정시기가 다가오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직 정치권을 통한 로비가 먹혀들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이익을 챙기겠다는 과학기술인의 자세다.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낙점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등 외적인 압력에 의해 낙점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과학기술계에 팽배해 있다. 때문에 나노팹 같은 대형국책사업이 시작되면 자기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 로비를 펼친다. 그러다가 탈락하면 상대방에 대한 온갖 비난이 난무한다. 결국 내가 외부의 힘을 빌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로비고, 남이 로비를 통해 이권을 따내면 비리의 결과라며 난리를 친다.

 과연 이렇게 해서 국가 연구시설을 따낸다 하더라도 원만한 시설 운영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쟁과정에서 감정이 틀어져 연구시설은 절름발이의 형태로 운영될 것이며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연구개발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정당당한 승부와 패배 후 깨끗이 승복하는 과학기술인의 성숙한 자세를 기대해본다.

 <산업기술부·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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