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세계 무대 주연으로서의 한국인

 ◆서삼영 한국전산원장

요즘 한국인은 정말 즐겁다. 우리 축구가 120분간의 혈투 끝에 당당히 무적함대 스페인을 물리치고 4강진출이란 신화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운이 아니라 실력과 전략으로 우승도 넘보고 있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가 정말 즐거워하고 값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 축구의 신화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스포츠·사회·경제·문화 등 여러면에서 세계무대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더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훌륭한 경기장과 대회운영 능력, 세계를 감동케 한 개막식 공연, 진심으로 애국적이고 열정적인 붉은악마 응원단, 상상을 초월하는 응원인파들에 의한 거리문화의 창조, 그리고 너무나 자발적인 봉사와 질서회복 능력은 세계인은 물론 우리 자신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를 세계 주연이게 하는 또 하나가 있다. IT강국으로서의 한국이 그것이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IT분야에서도 주연임을 알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IT기술을 접목한 개막식 공연, 세계적 IT산업총수들의 한국 방문, 24개국 아시아 정보통신장관 회담, 그리고 OECD 브로드밴드 포럼 등을 통해 우리 기술과 정책을 세계에 알리고, 앞선 기기를 실제 사용하게 하고, 또 현장을 방문하게 함으로써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보화에 대한 평가는 나라 안보다는 나라 밖에서 더 후한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는 ‘IT 100대 기업 발표’에서 매출규모·이익률·성장속도·주주수익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이 1위, KTF가 4위, SKT가 9위라고 발표했다. IBM 21위, MS 27위, 인텔 56위, 소니는 100위 밖이라고 하니 우리도 믿어지지 않는다. 믿지 못할 사건은 또 있다. 중국 당국이 우리 정보통신부 장관을 공식 초청, 120명의 고위직들이 정보화정책에 대한 특강을 듣고 진지한 토론을 한 것이다. 그들은 진정 이 분야에서 한국으로부터 배우길 원했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주연이 되고 있음을 여러 일을 통해서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주연이 되는 것보다 주연으로 오래 살아남는 길이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주연이 명멸하는 것을 봤다. 그렇다면 IT 분야에서 주연으로 등장해 오래도록 살아남는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기술혁신 능력의 배가’다. 세계 일등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LCD·CDMA 등은 끊임없는 기술혁신 과정의 산물이었다. 앞으로 일등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기술혁신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지속적인 기술개발만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그러려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지금은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 정보통신이나 정보화에서 우리는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예산도 줄이고 투자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야말로 위험천만의 발상이다. 우리는 세계 제일의 IT기반을 구축했을 뿐이다. 이 기반 위의 가치창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전자정부도,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정보화도, 교육혁신과 지식기반사회 구축을 위한 제도정비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자산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국가신인도와 기업 브랜드 가치의 수직적 상승’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4등 국가의 2등 기업이 아니다. 당당히 1등 국가의 1등 기업이요, 국민이다. 이 자산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키워 세계로 뻗어나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분명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세계무대의 주연이 됐다. 월드컵 이후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세계가 놀라는 정보화를 이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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