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현 논설위원
통신시장에 진출하거나 추진해 본 새내기 기업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하소연을 들어보면 대부분 도무지 통신업계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다고 한다. 새로운 분야이니만큼 생소하고 다소의 시행착오는 각오했지만 막상 비즈니스 현장에서 느끼는 통신시장은 생각보다 이것 저것 해야할 게 많고 진입장벽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물론 모든 업종이 그렇겠지만 통신시장은 인맥과 사업 연륜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신규진출 업체들엔 ‘배타적 집단’으로까지 비쳐진다. 이러한 장벽을 뚫고 소위 ‘통신 패밀리’로 인정받아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견고한 분야일수록 그 세력권내에 진입하기가 어렵지 일단 동참에 성공하면 그 때부터는 사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물론 통신 패밀리로 정착한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아차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프로’들간의 세상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과거에는 이동전화 5개사 사장단들이 모여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자’고 합의해 놓고도 그 다음날 버젓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과열경쟁 자제를 요구하면 겉으로는 모두 호응하지만 며칠도 못가 경쟁사 비교 광고, 비방성 광고도 난무했다. 지금까지 통신시장은 상생의 경쟁이 아니라 ‘네가 죽어야만 내가 산다’는 살벌한 투쟁적 비즈니스 환경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비통신업계 기업인들은 통신시장이 마치 ‘정치판’으로 보인다고 얘기한다.
말 많고 탈도 많은 KT 민영화 과정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정보통신부, KT, 삼성, LG, SK가 뒤얽혀 누가 누구에 당했느니, 계속 말을 바꾸고 있느니 하면서 말들이 많다. 정부 지분 매각을 최우선한 정통부가 막상 낙찰자 SK에 지분을 일정부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양세가 아니다.
당초 지분 경쟁 불참을 흘리던 SK텔레콤은 ‘생존을 위한 매입’이라고 강조하며 ‘경영권에는 관심없다’라는 공식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곧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로 갖가지 억측을 낳았다.
이와중에 대기업 지배주주를 절대 용납지 않겠다던 KT 노조가 의외로 잠잠한 것을 두고선 ‘SK텔레콤과 KT의 밀월설’이 나돌고 있으며 대기업 입찰과 관련해선 사전 정보가 없었다던 정부의 해명과는 달리 SK가 사전에 통보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했다.
이쯤되면 전문가들조차 통신판 돌아가는 사정을 간파하기는커녕 헤맬 수밖에 없다. 정부와 거론된 기업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의 말은 선문답에 비유될 정도로 모호해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로의 이익이 엇갈리면서 통신시장 3강 구도는 어디로 가고 KT와 SK텔레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오리무중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분명한 것은 요즘 통신시장이 불투명, 불확실, 이전투구라는 정치판의 속성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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