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새로운 룰의 지배자

 ◆전하진 네띠앙 사장 hajin@hajin.com

 

 지난 9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는 검은 예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신랑이 수백명의 하객 속에서 당당하게 아리따운 신부를 맞아 결혼식을 올렸다. 중학교부터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그는 전세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는 유일한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아래아한글)의 개발책임자였던 정내권이라는 젊은이다.

 그는 위대한 젊은이다. 하루에 18시간 이상 프로그램과 씨름하며 우리의 아래아한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전념했다. 10여년 이상을 아래아한글 개발에만 몰두하면서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정내권이라는 개발책임자의 열정과 사랑이 없었다면 수백만 우리 국민이 기다리던 아래아한글의 새 제품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의 미래는 바로 이들과 같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넘쳐 세상에 향기가 진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될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창조물도 처절한 자기성찰과 사랑 그리고 열정과 신뢰없이 가능할 수 있을까. 얄팍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통념과의 타협으로 생산성은 향상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 낼 수는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약점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의지와 노력과 혼을 담는 작업을 통해 당당히 한 분야에서 거목으로 성장한 한 젊은이를 보면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 그것이 크든 작든, 돈이 많이 벌리든 적게 벌리든 관계없이 오로지 자신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며 과정에 만족하는 수많은 젊은이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꿈꾸는 21세기 지식사회가 아닐까.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쓸데 없는 열등감에 휩싸여 도전을 포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지식강자는 탄생할 수 없다. 아니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통념을 깨트리는 자가 사회적으로 큰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대인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서야 어떻게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의지나 꿈과는 상관없이 거의 맹목적인 부모의 강요에 의해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이 과연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과연 정내권이라는 젊은이처럼 그렇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 설사 좋은 대학을 나온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사회에 순응하고 주어진 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더 나아질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거나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평균적 가치에 만족하면서 애써 그들의 꿈을 감추고 또 그 꿈이 사그라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들은 사회의 통념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자를 이상한 외계인쯤으로 치부하고 말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에 의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게임의 룰이 변해 우리가 그렇게 노력한 것들이 별 볼 일 없는 구닥다리 가치가 되어 새로운 룰에 의해 열정적으로 게임을 벌이는 선구자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관객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전세계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 새로운 룰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긴장 속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룰을 남보다 먼저 창조하고 이를 전파해 새로운 룰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희망도 함께 한다. 그의 짧은 인생을 엿보며 우리는 새로운 룰의 지배자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워본다.

 지배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관객으로 남을 것인지 이 선택은 오로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룰의 지배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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