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bds@fki.or.kr
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인류 역사상 세번째 대변혁인 ‘정보기술(IT)혁명’이 진행중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비IT부문의 산업생산지수가 123이었던 것에 비해 IT부문은 1195로 약 10배였다. 그러나 2000년말 나스닥 폭락 등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라 IT부문이 이루는 신경제(new economy)에 대한 일부 회의론이 대두됐다. 이러한 IT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은 IT에 대한 국가전략기조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미 부시행정부는 지난해 2월 출범과 동시에 ‘A Blueprint for New Beginnings’라는 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장기 경기침체, IT·생명기술(BT)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미국·EU 등과의 격차 확대 등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난해 1월 IT인력양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eJapan’전략을 발표, IT산업육성에 진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적극적 육성정책에 힘입어 IT산업이 97년 이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0년의 경우 IT산업이 전체 수출의 30%를 점했고,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GDP비중은 13%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었지만 IT산업기반의 취약으로 IT산업이 조정기에 진입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의 정보화는 세계적 수준이나 정부와 기업의 IT투자는 저조한 상황이다. 단순히 GDP 대비 IT투자도 세계 38위로 중국(32위)보다 못한 실정이다. 이제는 IT산업의 구조개혁과 경쟁력제고를 위한 새로운 전략 및 대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전경련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국가적 IT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역량을 결집해 21세기 IT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기존 전통산업 및 서비스업의 IT화 촉진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해 ‘한강의 기적’ 이후 다시 한번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이룩하고자 ‘SW 그랜드 프로젝트 추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e코리아 프로젝트의 민관공동 추진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경련과 함께 지난 해 9월 ‘e코리아 추진 민관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그간 동 협의회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보화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제들을 도출시켰다. 이제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자 조만간 정부와 공동으로 전경련 사무국에 eKOREA 태스크포스를 설치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우리의 전통 주력산업은 국제기업환경의 변화로 대부분 중국 등 후발 개도국에 거의 추월당했거나 추월당할 형편이다. IT산업마저 중국 등 경쟁국에게 뒤지고 나면 한국경제, 한국산업의 미래는 요원할 것이다.
국내 IT산업은 제품생산과 같은 하드웨어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인 반면 소프트웨어처럼 고부가가치 신산업 분야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IT산업 중 SW비중은 7%로 인도의 10분의 1, 세계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수출은 생산액 중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이 전세계에 아무리 자랑할 만한 IT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지식정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할 것이다.
SW산업은 그 특성상 SW가 발달할수록 더 좋은 SW를 요구하고, 또한 좋은 SW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계는 우수한 SW인력 부족에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도 고급 SW인력의 부족으로 인도나 중국에 SW 개발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전경련이 그동안 건의해 온 것과 같이 SW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세계의 생산기지로 만들고 수출전략산업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서 세계 유수의 SW기업과 함께 그랜드 프로젝트 개발을 통한 성공사례가 필요하다.
한국인 엔지니어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함으로써 성공사례와 유경험 SW인력을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IT산업뿐만 아니라 결국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 등 고부가가치화에도 직결될 것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과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전략산업으로서의 SW산업의 육성이 절실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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