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산업은 80년대 후반 이후 국내 제1의 산업으로 부상했고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우리경제 전체를 이끌어갈 핵심 산업분야로 발전할 전망인데 그 공으로 80년대 정책도 일조했음을 무시할 수 없다.
80년대 전자·정보통신산업정책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 과감히 실천했다. 어떻게 하면 정부의 직접적인 산업 개입을 막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업간에 선의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기득권을 갖고 행정 규제를 악용하는 기업들의 독과점을 막을 것인가 등에 중점을 두었다. 즉 지난 80년대 전자산업정책은 ‘지원의 강화’보다는 ‘규제의 완화’에 역점을 두었던 것이다.
80년초 당시 청와대 조직을 보면 경제수석에 고 김재익 박사, 기술담당 비서관에 오명 박사, 연구관에 필자, 그리고 행정관으로는 정홍식 과장과 송옥환 과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술담당 경제비서실은 기술업무의 범부처성 때문에 매우 광범위했는데 업무 분야면에서는 전자·정보통신산업, 방위산업을 포함한 기계산업 및 국가 기술개발업무를 담당했다.
의도적인 인선결과인지는 몰라도 김 박사는 경제학 박사였고 오 박사와 본인은 전자공학 박사였으며, 정홍식·송옥환 과장은 능력있는 행정관으로 행정관료보다는 외부 전문가들을 발탁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팀은 그 후 오랫동안 소신과 전문지식, 신뢰를 가지고 소관 업무를 추진했으며 모든 문제를 팀 책임하에 해결해 나갔다.
나는 바둑을 잘 두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국수들이 바둑 두는 것을 매우 즐겨 보는 편이다. 그것은 초반의 포석과 중반의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한 접전 그리고 종반의 끝내기의 치밀함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분야 발전을 위한 포석 중 첫 수는 81년 말에 체신부로부터 전화사업을 분리해 한국통신공사를 설립한 것이고, 두번째 포석은 82년에 데이터 통신사업 육성정책에 의거해 한국데이타통신을 설립한 것이며, 세번째 포석은 84년 초 한국이동통신서비스를 설립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다. 이렇게 80년대 정보통신산업을 위한 초반전의 포석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홍성원 시스코코리아 회장 suhong@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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