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벤처기업가 몇 사람 덕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현준에서 이용호·진승현을 거쳐 최근에는 윤태식까지 등장,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각종 ‘게이트’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게이트 공화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모두 벤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요즘에는 아예 ‘벤처게이트’로 정착됐다. 한때는 이 나라의 희망이자 미래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벤처라는 단어가 이제는 부패의 구린내로 가득 찬 경멸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게이트는 속성상 폭로될 때마다 반드시 피해자가 생긴다. 부정부패에 직접 관련된 인사는 물론이고 시중의 떠도는 소문에 이름이 오르기만 해도 당사자는 도덕성에 치명적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거론되는 인물은 대개가 이 나라를 경영하는 정권 실세 아니면 고관대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에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마침내 사정당국의 수사로 비리가 확인되면서 줄줄이 구속되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자주 봐왔다. 그래서 포승에 묶인 채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한때 잘 나가던’ 인사들이 일단 최대 피해자라고 간주된다.
그러나 한번 따져 보자. 진정한 피해자는 힘없고 서러운 서민들이다. 벤처게이트가 발생하는 원인은 역시 ‘돈’이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기업 가치를 뻥튀기하고 졸지에 돈방석에 앉게 된 일부 정신나간 벤처인들이 뒷감당을 위해 자금을 빼돌리고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상적이라면 로비니 횡령이니 있을 리 만무하다. 제대로 된 벤처기업은 지금도 밤 잠 안자고 연구하며 비즈니스한다.
그렇다면 정현준에서부터 진승현·이용호·윤태식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증식한 돈의 출처는 어디인가. 권력 실세도 아니고, 그들 자신도 아니다. 수많은 개미 투자가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실적도 없는 회사의 주가를 교묘하고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수십배, 수백배 튀겼으니 대주주나 이들을 끼고 돈 권세가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겠지만 상투를 잡은 일반인들은 ‘쪽박’을 찼다. 결국 게이트 주인공들은 불특정다수의 서민을 상대로 자신들의 배만 채운 격이다. 사정이 이쯤 되니 검찰에 불려가고 구속되는 유명인사들은 억울할 일이 전혀 없다. 그들은 해먹기나 했지만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돈까지 끄집어내 이들 기업에 투자한 일반인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대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백억, 수천억원이 흘러다니는 것에 익숙한 국민들은 더이상 돈의 액수에 대한 ‘감’도 없다. 평생 만져보기는커녕 구경해본 적도 없는 규모의 천문학적 자금이 부패한 관리와 정치인·기업인들 사이에서 오고 간 것은 ‘그들만의 일’이지 나의 일은 아니다. 서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분개해 쓴 소주를 털어넣거나 돈 떼이고 바보가 되는 일뿐이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착취’는 죄질이 가장 나쁘다. 그런데도 억울한 ‘피해자 운운’하는 게이트 주인공들을 보면 분노보다는 불쌍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시중에선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터져나올 새로운 벤처게이트가 많다고 수군거린다. 구체적으로 회사명과 기업인 이름까지 나돈다. 그때도 피해자는 일반 국민일텐데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행태가 반복될지 갑갑할 뿐이다.
<이택 산업전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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