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정보사회 대통령`

◆박재성 논설위원(jspark@etnews.co.kr)

 

 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는 돌산과 다름없었다. 보통 국가라고 하면 부존자원이 어느 정도는 있거나 그것이 없더라도 물과 나무와 인구 중 적어도 하나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국토는 영국이 약탈한 조그만 민둥산이 전부였고 그 위에 얼마 안되는 가난한 중국인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개방경제정책은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자’는 꿈을 실현시키고자 전세계 기업이 자연스럽게 유치됐다. 세계 500대 기업이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돈과 정보가 쌓여갔다.

 마침내 싱가포르는 2000년에 1인당 2만4000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나라가 된다. 30여년만에 ASEAN 국가 가운데 최고의 선진국으로 탈바꿈했다. 자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인구 270만명의 작은 나라가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90년대 초반 이미 싱가포르는 ‘정보기술(IT)2010’이라는 21세기의 국가 비전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정보사회 도래를 예감하고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정보통신 허브(중심) 기능을 수행케함으로써 2005년에는 세계 제1의 1인당 국민소득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일찌감치 세운 것이다.

 싱가포르가 번영되고 그림 같은 도시국가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 전 총리인 리콴유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인도의 지도자 네루의 종교적인 리더십과 달리 리콴유는 정치·경제적인 리더십으로 이른바 초우량 ‘주식회사 싱가포르’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리콴유를 비롯한 위대한 지도자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IT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먼저 미국의 정보고속도로를 제창한 엘 고어 전 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그는 IT분야 육성에 정책을 집중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산업경쟁력을 지닌 일본을 성조기 앞에 무릎꿇게 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침체되기 그지 없었던 나라에 IT로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형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 또한 그에 못지않다. 그는 90년대 초 오마에 겐이치 전 매켄지 저팬 회장으로부터 “인도나 중국의 IT산업 부상과 비교해 볼 때 지금 정책으로는 10년 후의 말레이시아의 지위는 약화된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관련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해서 직접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 다음에 전 각료를 참석시킨 뒤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30년, 40년 후의 IT산업 비전을 스스로 그려냈다.

 이제 우리도 어느새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다. 재임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미 대선 후보 다툼이 표면화돼 대통령감 논의가 한창이다.

 사람에 따라 대통령이 지녀야 할 자질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조직이나 집단·국가가 훌륭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협조성과 균형 감각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또 태평성대에는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리더십이 결여돼도 추진력과 근성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계가 무한경쟁 상태에서 경제전쟁을 치르는 때에는 추가로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 바로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지도자가 배의 키를 잡아서 방향을 설정했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하는 점에 대해 장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것이 공동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명쾌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그것에 도전하는 용기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키를 돌려야 하는 곳도 바로 정보사회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정보사회는 이젠 정보통신산업만의 것은 아니다. 미래사회 자체가 바로 정보사회다. 농업·수산업·광업조차도 정보사회와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대통령은 이젠 누가 무어라고 해도 ‘정보사회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까지 그러한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면 남은 1년 동안 그것을 준비한 사람에게 표가 돌아가도록 하자. 그것이 진정 우리가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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