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생명은 흔히 탁월한 기술력과 아이디어, 유연한 조직과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얘기된다.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임직원이 보유한 그러한 요소들로 이뤄진 무형의 자산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요즘같이 벤처업계가 위축된 시기엔 얼마나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이 신뢰하고 비전과 성과를 공유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얼마전 만난 모 벤처기업 사장의 하소연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영상 압축기술을 들고 창업한 이 회사는 관련시장에서 매출발생이 여의치 않자 점차 경영난에 봉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할 수 없이 이 회사도 당장 돈이 되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래서 뛰어든 게 무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그 분야의 후발주자임엔 분명했지만 신선한 아이템과 K사장의 발로 뛰는 영업덕에 조금씩 매출이 늘어갔다.
물론 기존 사업 아이템은 분명 이 회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고 다양한 응용제품에 적용되면 매출 기대효과가 높다고 판단, 관련 팀은 유지했다.
하지만 신규 사업분야에 새로운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팀과의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소위 돈을 ‘버는 부서’와 ‘까먹는 부서’간에 의견대립과 알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많은 벤처들이 위기탈출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에 나서면서 이런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얼마전 전도유망한 젊은 벤처CEO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도 이와 비슷한 내부조직간 갈등이 상당부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후문이다.
조금 다른 경우의 얘기겠지만 사업확장과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인력충원으로 조직이 커지면서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볼멘 소리와 함께 기존 인력과 신규인력간 불협화음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직원이 80∼100명선에 이르면 일반적으로 조직 컨설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초 코스닥에 등록한 모 벤처기업 사장의 말은 한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어느 사업도 장기적인 시장점유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과 기업비전에 대해 각 부서가 공감하도록 조율하는 게 CEO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죠. 하나 더하기 하나가 꼭 둘이 아님을 공유하는 과정이죠.”
<과학기술부·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