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아이네임즈 대표 ceo@i-names.co.kr
우리나라 정보화의 뿌리는 80년대 추진된 행정전산망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요한 정보를 대부분 갖고 있던 정부가 앞장서 서고에 쌓여 있던 문서를 ‘정보’로 인식했으며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통신망으로 처리, 효율 향상에 대한 가시화를 통해 국가·사회의 큰 변화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행정전산망사업으로 주민·부동산·자동차·고용·통계 등의 기본적이며 공통적인 정보들이 전산화됐고 이를 위해 PC가 활발히 보급됐다. 또 관련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민간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정보화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정보 공유 및 활용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초고속정보통신망기반구축사업을 전개했다. 이는 당시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였으나 정부의 과감한 정책 결정과 집중 지원으로 우리는 ‘네트워크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에따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되고 이를 서비스하는 인터넷과 벤처기업 등 IT관련 산업이 더욱 발전했으며 국가정보화 순위 향상 등 국가발전뿐 아니라 휴대폰보급률, 인터넷이용자수, 도메인등록수, 초고속인터넷이용자수, 인터넷이용률 등에서 세계 수준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앞만보고 힘들게 달려왔는데 최근엔 대부분의 의견이 IT 관련 산업이 어렵다는 얘기뿐이다. 무엇이 문제고 극복 전략은 없는가.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성을 과거에서 찾으라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는 80년대 정보화의 거점을 만들었다면 90년대엔 정보를 생산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결의 주체가 사람에서 정보로 바뀌며 연결의 형태가 전통적인 수요와 공급 중심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
문제는 전략과 방법인데 과거 방식으로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인프라 투자만으로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국가·사회의 성숙도와 경제적 규모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전략이 필요하다. 대상의 변화와 자유로운 정보유통의 보장은 새로운 관습과 문화적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개발한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너무 빠른 속도로만 달려왔지만 이제는 멈춰서서 뒤돌아보고 새로운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속도로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정보화 추진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의 시험장이 되는 것도 좋지만 우리 기술과 서비스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기다리는 여유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둘째, 시장 개방 속도를 줄여야한다. 경쟁에 의한 품질 향상 및 서비스 만족도 좋지만 독점에 의한 비효율이 경쟁에 의한 중복투자보다 효과적이다.
셋째, 서비스 이용속도를 줄여야 한다. 빠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좋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과거의 물리적 투자에 대한 정비 및 개선으로 확실한 속도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전통 문화를 변화시키는 속도를 줄이는 문제다. 새로운 흐름에 대응,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관습과 문화가 새로운 흐름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확실한 것에 대한 투자 유도 및 촉진 전략이 필요하다. 즉 투자의 효과가 우리 품 안에 남는다면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속도는 결코 늦추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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