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은 곧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비교된다. 냉혹한 승부사가 돼야 하고 순간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면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모든 것은 성적이나 실적으로 말하고 부진하면 한순간에 퇴출되는 운명도 똑같다. 이 때문인지 최고 CEO와 프로야구 우승팀 감독을 비교 분석하는 경영이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직장인들 역시 야구감독을 단순한 운동선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CEO로 간주한다. 얼마 전 일본 언론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고의 CEO에 쟁쟁한 기업가를 제치고 주니치 드래건스의 호시노 감독이 뽑힌 적도 있다.
김병현 선수가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민들의 절대적 성원을 받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라서자 밥 브렌리 감독의 지도력도 덩달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자칫 ‘역적’으로 몰릴 뻔한 김병현 선수를 끝까지 신뢰하고 “7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김을)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그의 모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브렌리 감독의 지도력 덕인지는 몰라도 D백스의 동료들 역시 김병현 선수를 질책하기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 ‘우승팀은 다르다’는 속설을 입증해주기도 했다.
월드시리즈를 마치자 대부분의 언론은 밥 브렌리 감독의 우승 비결을 분석했고, 핵심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을 신뢰한 것에 모아졌다. 마침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관리형’ 김응룡 감독이 ‘뚝심형’ 김인식 감독에 패배, 한국과 미국의 승장들이 비슷하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자연히 밥 브렌리 감독의 지휘 철학은 한국 경영인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되고 있고, 관심 또한 뜨겁다.
한국 CEO들 사이에서 최근 화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인물은 잭 웰치다. ‘경영의 전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자서전 ‘끝없는 도전과 용기’가 발매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전세계 모든 경영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인 만큼 잭 웰치가 직접 쓴 책은 기업인들에게 필독서가 됐고 독자들은 ‘한수 배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웰치 자서전의 핵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잘라내고 여러 명의 단타자보다는 한 명의 홈런 타자를 만들겠다는 웰치의 경영 역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밥 브렌리와 잭 웰치는 누가 뭐래도 당대의 CEO니 우리 기업인들도 흉내내고 배우고 실천해야 할 모델이다. 더구나 IMF 위기 재현이라는 호들갑까지 나오는 경제 상황이니만큼 잭 웰치의 경영기법과 밥 브렌리의 조직관리법이 화두가 될 만하다. 그러나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들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해부하고 우리 현실에 맞도록 적용하라는 것이다.
브렌리의 ‘부하 신뢰’를 본받아야지 ‘고집’을 따르지는 말자. 우승했기에 ‘뚝심’으로 포장됐지 만약 졌다면 ‘독선과 고집불통’으로 매도당했을 것이다. 잭 웰치의 혁신 정신을 따와야지 무자비한 감원과 구조조정만을 배우려 해서는 곤란하다. 웰치는 구조조정의 대명사지만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는 도살자’라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초일류기업, 초일류 경영을 벤치마킹 했다며 그들의 나쁜 점(?)만 수입하는 ‘얼치기 경영인’을 적지 않게 봐온 기자의 노파심이다. <이택 산업전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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