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지털방송 썰렁한 출발

 방송 역사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TV방송이 26일 SBS가 방송사 중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음으로써 본 방송 시대로 진입했다.

 정부에서 디지털방송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방송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오는 2010년까지 디지털TV 관련 생산기반 확충효과만 200조원에 달하고 수출 1540억달러, 신규 고용창출 9만명 등의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TV 본 방송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계와 일반인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26일부터 본방송에 들어간 SBS는 눈에 뜨일 만한 홍보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곧이어 11월 5일과 12월 2일에 본 방송에 들어가는 KBS와 MBC도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SBS의 본 방송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방송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디지털방송은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관계자는 “벌써 내일인가?”라며 처음 듣는 소리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처럼 느긋한(?) 방송사에 비해 가전업체들은 애가 타고 있다. 디지털방송으로 디지털TV수상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대가 빚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이 디지털방송을 맞아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방송사들의 수동적인 태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방송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마지 못해 디지털방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방송계 내부에서는 디지털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전송방식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 등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 무조건 디지털방송 일정을 잡아놓고 막대한 디지털방송 전환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은 국가 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임에 분명하다. 정부와 산업체도 이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핑계를 대거나 책임을 떠넘길 때가 아니다. 이제는 디지털방송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방송사와 정부, 산업계가 똘똘 뭉쳐야만 디지털방송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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