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석 중앙대 교수 yooyang@cau.ac.kr
벤처위기론이 지난해의 화두였다면 올해의 화두는 단연코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앞다퉈 해외진출을 도모하였고 관련 부처들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적극적인 분위기로 인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업영역을 해외로 넓히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서둘러 진출하는 바람에 미처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벤처위기론도 있겠지만 좀더 근본적으로는 협소한 국내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동안 시장선점이라는 e비즈니스 초기단계의 특성에 초점을 둬왔던 업계가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국제화는 기업 내외의 여건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므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의 경우 연륜이 짧고 규모가 작으며 기술에 대한 관심에 비해 국제화에 대한 관심이나 의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국제화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비즈니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중요하며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로 인한 진입장벽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시장선점효과가 매우 크고 경쟁이 심한 글로벌산업에 속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시장규모가 큰 미국의 기업들도 다양한 동기에서 사업의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유수한 e비즈니스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빠른 성장이 예상되던 외국시장 확보(market-seeking) 차원에서, 나중에는 부족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역량을 확보하는 역량보완 차원에서 현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업체를 인수하거나 현지업체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해외진출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현지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기업들 역시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 경쟁역량을 충실하게 구축하는 등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이트레이드사가 자리를 잡은 반면 유럽의 전통적인 금융기관 들은 오프라인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관계를 활용해 온라인 사업을 장악하고 있다. 또 야후나 아마존 대신 도이치 텔레콤에서 분사한 T온라인과 프랑스 텔레콤에서 분사한 와나두가 굳건한 시장지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유명 미국기업들조차도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진출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도 바로 이같은 현지밀착경영과 기업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선진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기술수준이 조금은 뒤져 있으나 일본·대만·중국·유럽기업보다는 앞서 있으며 나름대로 특정 분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 기업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초고속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그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경쟁역량이다.
그럼에도 우리 중소규모 기업들은 자금·마케팅 능력·국제화 전문인력 부족으로 국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부족이야 금융지원 같은 정책적 배려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마케팅 능력과 국제 경험의 부족은 철저한 현지화(localization)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랜 수출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적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 전문인력이 해외진출을 생각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모일 수 있도록 벤처위기론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벤처강국 건설에 앞장섰던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이 주요하다. 사회 전반의 인식이 벤처기업은 실패에 굴하지 않는 진취적이고 건강한 경제주체라는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할 때에야 비로소 국제적인 인재들이 스스로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정기간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새로이 태어나는 수많은 벤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벤처기업에 몸담았던 수많은 젊은 인재들에게 쓰라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거듭나도록 희망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도전하는 젊음이 있어야 우리에게 생각할 미래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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