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 skwak@plaza.snu.ac.kr
지난 추석때 일이다. 추석이 되면 주부들은 일손이 바빠지고 특히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주부들이 바쁘게 음식장만하며 진땀을 흘린 가정도 있겠지만 일부 주부들은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차례상을 주문한 것이다.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상태로 배달된 음식을 제기에 담아 상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이런 인터넷 차례상은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배달돼 편리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주부가 차례상을 직접 준비하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공상소설에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기분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마디로 가정주부가 자기가 필요한 원부자재를 인터넷을 활용해 값싸고 빠르게 공급받는 실제 사례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이미 주부가 필요한 식품을 인터넷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 데 반해 과연 우리 기업 중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각자가 필요한 원부자재를 인터넷으로 공급받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새롭게 전개되는 뉴이코노미에서 기업보다는 주부가 인터넷의 활용에 있어서 앞서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기술의 발달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마치 미래가 이미 여기에 와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미래가 이미 여기에 와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또한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 우리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한 예로 요즈음 미국의 대형 소매점들이 재고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자. 과거 같으면 대형 유통점들이 상점 안에 있는 상품의 재고를 일일이 파악하고 판매되는대로 새로 주문해 재고를 채우는 제도를 활용했다.
물론 이런 대형상점에서 POS(Point Of Sale)를 사용해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모든 재고는 상점 주인이나 경영자가 직접 챙기고 모자라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요사이 미국의 대형 소매점들은 상품 재고관리를 스스로 하기보다는 그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가 직접 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점 경영자나 주인은 손님이 요구하는 상품을 돈받고 내주는 일만 충실히 하고, 팔린 양에 해당되는 금액을 공급업체에 지불하면 된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제품 생산업체가 소매점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상점 선반에 진열하는 경우 소유권은 소매점보다는 공급업체에 있어서 손님이 물건을 집어 돈을 지불하는 몇 초 동안만 상점 소유가 되고 대금을 지불한 손님에게 물건이 인도되는 순간 소유권은 손님에게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이 소매점의 경우 진열된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것이 아니고 공급업체의 것이며, 소매점이 상품을 소유하는 시간은 계산 카운터에서 몇 초 동안이고 다시 손님의 소유로 바뀌는 사업모형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교훈에서 비록 소매점이라는 유통업이 상품을 선반에 전시하고 고객이 물건을 사가는 사업이라는 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지만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소매점 영업의 사업방법과 모형이 크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래가 지금 우리 주위에 와 있는 시점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사업을 하거나 경쟁하는 것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격이 돼 버린다. 비록 사업의 성격은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터넷이 새로운 경쟁과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 방식에 연연하고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일은 스스로 쇠퇴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는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 새로운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과 IT의 활용은 이제까지 우리가 쓰던 사업방식의 끝남을 재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방식이나 전략도 과거의 연장선에서 결정되기보다는 뉴이코노미의 특성에 맞게 달라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에서는 경제상황이 바뀜에 따라 사업모형(business model)을 바꾸어 똑같은 제조업을 하더라도 사업모형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하는 기업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미래가 지금이다(The future is now)’라는 명제를 가슴속에 새겨두고 뉴이코노미에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업모형의 개발과 경영전략의 수립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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