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위기의 PC산업 활성화

◆박기순 LGIBM 전무 kspark@pc.lgibm.co.kr

 

 올해는 흔히 PC라고 부르는 ‘IBM PC’가 태어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1981년 8월 12일 IBM은 뉴욕에서 ‘PC 5150’이라 불리는 최초의 PC를 공개했다. IBM은 이 제품으로 인해 현재의 정보통신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86년까지 24만여대의 PC를 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은 발매 첫 달에 이미 20만대의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빗나갔고 그해 말 미국의 타임지는 PC를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로 선정했다.

 이후 PC는 미국 하버드대학 제프리 페이포트 교수의 “자동차가 PC처럼 발전했다면 지금 롤스로이스를 2.75달러에 사고, 기름 1ℓ에 200만㎞를 달릴 수 있었을 것”이란 표현처럼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억4000만대가 판매되는 커다란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고 20년을 달려온 PC산업도 최근 커다란 어려움에 당면하고 있다. ‘포스트 PC’에게 왕좌를 내놓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기술적 시각에서부터 최근 시장의 침체에 이르기까지 PC산업의 장래에 대한 불안한 예측들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PC관련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사는 “올 2분기의 세계 PC판매는 3040만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국내시장에서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이보다 더욱 심한 부침을 보이고 있다.

 PC시장의 침체는 비단 PC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IT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반도체 등 기반을 닦아놓은 수출관련 산업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침체의 결과를 논하기보다는 PC발전사의 교훈을 통해 기술과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의 단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IBM PC가 이전의 ‘알테어’나 ‘애플’과 달리 개인용 컴퓨터시장에서 왕자의 지위를 차지한 것은 ‘개방형’이라는 독특한 사업전개 방식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 IBM은 PC와 관련된 기술정보를 개방하고 모두에게 생산의 문호를 열어줌으로써 ‘사실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이 되도록 하는 전략을 견지했다. IBM은 값싼 호환기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기술(로열티)이나 마케팅 능력을 통해 확대된 시장에서 앞선 위치를 지켜왔다.

 국내 PC산업도 이러한 IBM의 정책에 힘입어 제조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컴팩의 모델에서처럼 ‘지금 이러한 제조의 강점모델만으로 앞으로의 성장을 보장받기’에는 국내 PC산업이 너무도 커버렸다.

 윈도95에서부터 시작되는 최근의 기술변화를 보면 PC산업은 멀티미디어화와 같은 복합기술로 방향이 모아지고 있다. 때마침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지털TV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기회다.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PC를 복합화하고 국내 기업간의 협조를 통한 새로운 ‘기술표준’의 제안은 국내 PC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내 PC산업 역시 마케팅이나 영업기법의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부품-조립-마케팅’이라는 국제분업 형태와 달리 특정부품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델이나 대만 에이서의 성공사례에서처럼 밸류 체인(value chain)에 입각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마케팅이나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될 것이다. 세계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나 탁월한 서비스 전략도 훌륭한 도약의 기반이다.

 사실 PC산업의 성장세 둔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과 주요 기업들의 성장에 힘입어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 어려운 시기에 있어서의 확고한 도약전략은 새로운 회복기에 있어서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지름길이었다. 과거에도 당시 최악으로 여겼던 85년과 89년의 미국 PC시장 불황도 예상과 달리 각각 12개월과 18개월에 그친 바 있다.

 필자는 여기서 ‘기다려보자’라는 식의 무책임한 낙관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전략을 통해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것뿐이다. 우리 속담에도 ‘밤이 길수록 새벽이 밝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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