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베스트 가전제품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에 이어 VCR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월드베스트 품목의 자리에 올랐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도 단 한개의 월드베스트 상품도 배출하지 못하던 아날로그 가전 분야에서 잇따라 월드베스트 상품을 배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 제품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던 VCR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베스트 상품으로 등극한 것은 우리 가전산업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뜻깊은 일이다.

 그동안 부동의 1위로 철옹성을 굳게 지켜온 일본 제품을 제치고 우리 가전제품이 1위를 차지한 가장 큰 요인은 수출시장 다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 의존해온 일본과는 달리 국내 업체들은 틈새시장을 집중공략하면서 시장을 넓혀 나갔다. 이런 전략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판매 신장을 이룰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 기업의 전략 변화가 한몫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 가전 시대에 초점을 맞춘 일본 주요 업체들이 전자레인지·에어컨·VCR 등 아날로그 가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등 모든 역량을 디지털 가전제품 개발에 투입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가전사업과 병행해 고부가가치 아날로그 가전제품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일본 기업들이 외면한 아날로그 가전 시장 잠식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전자레인지와 에어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던 일본의 샤프와 마쓰시타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 데도 이런 요인이 한몫했다.

 어찌 됐든 아날로그와 디지털 가전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통해 국내 가전업체는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월드베스트에 전자레인지·에어컨·VCR 3개 품목을 등극시키며 세계 최대 VCR와 전자레인지 수출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의 물량을 모두 합치면 VCR와 전자레인지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50%를 상회할 정도다.

 더욱 반가운 일은 전자레인지·에어컨·VCR 등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이 잇따라 가전 왕국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림에 따라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위상이 격상된 것은 물론이고 국내 가전업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소니와 마쓰시타가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성장한 데 VCR·전자레인지·에어컨 시장 석권이 계기가 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기대가 결코 무리는아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반도체·TFT LCD·CDMA 단말기·CD롬드라이브·컬러 모니터 등 적지 않은 월드베스트 상품을 배출했다. 이는 첨단 디지털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으로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월드베스트에 등극한 백색가전의 영광이 가전 3사의 주력제품인 디지털 에어컨·디지털 냉장고·디지털 세탁기·디지털 TV와 DVD플레이어 등 정보가전기기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부단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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