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재해복구 대책이 겉돌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동원증권 전산사고 이후 정부가 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 재해복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금융기관들이 경기부진을 이유로 시스템 도입을 미루거나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금융기관들은 동원증권이 스프링클러 고장으로 전산시스템이 다운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같은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원격지 재해복구시스템 구축계획을 발표하거나 구축작업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시스템 구축 규정 발표가 연기되고 경기가 불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각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은 물론 이와 관련된 논의조차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어차피 구축해야 할 사안인데 경기부진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룰 경우 앞으로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재해복구시스템 왜 필요한가=재해복구시스템의 필요성은 해외 사례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9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시 BOA은행은 재해복구센터를 통해 8시간 만에 시스템을 복구,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인 93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때는 복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150여개사가 파산했다.
대규모 지진발생이 잦은 일본에서도 95년 관서 고베지진시 스미토모은행은 원격지 복구시스템을 가동해 1시간 만에 복구했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20일 이상 거래를 못해 고객들의 신뢰를 잃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 가능성이 적어 이러한 사례와 무관하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원증권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침수·화재 등의 사고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있기 때문에 이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왜 더디나=이처럼 재해복구시스템의 필요성이 자명함에도 실제 구축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경영진의 마인드 부족을 들 수 있다. 경영진에 있어 재해복구시스템은 일종의 보험으로 비춰진다. 즉 막대한 비용을 투자, 구축해 놓아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평소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신규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1순위로 꼽히는 것이 재해복구시스템이다.
또다른 이유는 감독기관의 느슨한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이를 관장하고 있는 금감원은 관련 규정 발표를 다음달로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말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빠른 대응을 했어야 하지만 업계가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준비부족이 이유였다면 우선 관련 규정을 발표한 후 준비기간을 여유있게 주는 식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금감원이 당장 눈앞에 금융권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시기를 늦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처럼 금융권에 준비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동안 오히려 자발적인 재해복구시스템 노력은 거의 전무했고 그저 금감원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시스템 운영 담당자는 “금감원이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해복구시스템의 규모와 복구시간 등에 대해 결정하기 힘들다”며 “현재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부 방침만 정해졌을 뿐 금감원의 규정 발표가 나와야 그에 맞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책=무엇보다 금융기관장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해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또한 관련 규정을 하루빨리 마련해 강제를 해서라도 이 부문 시스템 구축에 나서도록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SW 많이 본 뉴스
-
1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2
삼성SDS, 클라우드 새 판 짠다…'누리' 프로젝트 띄워
-
3
무슬림 해킹조직, 한국 정부 사이트 디도스 공격
-
4
삼성SDS, 병무청 행정 시스템 클라우드 전환 맡는다
-
5
전문가 50명, AI기본법 개정 머리 맞댄다
-
6
오픈AI, 코어위브와 클라우드 계약…MS와 결별 가속화되나
-
7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8
마케터, 생성형 AI 의존 심화…사용자 신뢰 잃을라
-
9
산·학·연 모여 양자 산업 지원…NIA, 양자 클러스터 기본계획 마련 착수
-
10
[뉴스줌인]경기 침체 속 오픈소스 다시 뜬다…IT서비스 기업 속속 프로젝트 추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