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기업 한국지사의 위상

 “많아야 300명을 고작 넘는 한국지사에서 몇명 짤라봐야 어디 그게 표시나 나나요. 미국·유럽 등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말단 판매조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지사의 인원감축은 본사차원에서도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겁니다.”

 최근 루슨트와 노텔·시스코 등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대부분의 한국지사들이 한발 비켜서 있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에 근무하는 한 임원의 답변이다.

 올초 있었던 대규모 감원에 이어 최근 또 다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들이 한국지사의 규모축소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네트워크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산업의 급성장 등에 힘입어 네트워크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또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 하나로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의 한국지사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피해가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오히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 및 유럽의 공장하나 폐쇄하면 그날로 수천명에서 1∼2만명의 인원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수십명 감원도 어려운 한국지사를 구조조정 대상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다국적 네트워크 한국지사 관계자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한국 네트워크 시장이 잘나가던 시절에도 우리는 열심히 외국업체의 장비를 사주는 역할만 했을 뿐 그들로부터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는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물론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의 구조조정 태풍에서 한국지사가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무척이나 다행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네트워크 생산업체의 인원감축계획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시스코코리아, 한국루슨트, 노텔코리아 등 굵직굵직한 다국적 네트워크 업체들의 한국지사 위상을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기자만은 아닐 듯싶다.  

 <정보통신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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