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사장 kimjw@solutionhere.com
중국정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서안개발’을 시작했다. 이는 ‘동안’의 산업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과 기반을 갖추었다는 중국정부의 자신감을 나타낸다.
미국이 고도화된 3차 산업과 수익성이 높은 첨단 제품 시장을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2차 산업의 세계적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제조업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것이 반도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경제, 정치적인 총력을 기울여 수탁생산(파운드리)을 시작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반도체 산업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 규모뿐 아니라 원자재, 장비 및 기타 설비 등의 수입을 고려하고도 국제 수지에 막대한 플러스를 더해주는 영역이다. 지난 몇 년을 반추해 보면 메모리 가격의 등락에 따라 국가 경제가 좌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장치산업의 성격을 띠는 메모리에 치중되어 수급상황에 의해 그 수익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이 자본과 기술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면 장치산업 형태의 사업으로는 궁극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우며 반도체 산업의 붕괴는 곧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는 5년 10년 이후의 과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해결해야 할 난제다.
산업의 고도화는 비메모리를 포함하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개선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및 유관 산업의 발달이 필수적이다.
인터넷과 바이오 산업의 열풍 속에서도 실리콘밸리가 아직도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것은 이미 실적과 수익으로 검증된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과 팹리스 세미컨덕터(Fabless Semiconductor)라는 두 비즈니스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IDM이 공장을 갖춘 반도체 업체라면 팹리스는 말 그대로 공장이 없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미국에서조차 팹리스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반도체 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돌아선 2000년과 2001년의 실적은 IDM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비해 팹리스 전년도보다 못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을 거의 해외로 이관한 미국도 반도체 산업만큼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비메모리 분야만큼은 자국에 꾸준히 존재하고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자본 투하대비 수익성이 우수하고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팹리스는 거대기업인 IDM 사이에서도 꾸준한 발전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비메모리 사업을 통틀어 주문형반도체(ASIC)사업이라고 불러왔으나 위에서 논의한 선진형 팹리스는 표준형반도체(ASSP:Application Specific Standard Product)사업을 일컫는다. 전자가 맞춤 양복점과 같이 특정 고객의 주문에 의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ASSP는 아르마니나 베르사체와 같은 브랜드 의류업체에 해당되며 정밀한 시장예측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판매하는 산업이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기존 ASIC 사업조차 양산율이 20%에 못미처 디자인 하우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수익을 유통이나 일반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벤처열풍 속에 태어난 많은 신생 기업들의 경우도 기본 생산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으며 일부 기술인력이 홍콩을 통해 중국에 유입되어 양국의 산업격차를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그 결과만을 탐낸 결과로 볼 수 있다.
ASSP 사업이 비록 IDM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요하나 그 역시 반도체 산업으로 여타 제조업과는 달리 상당한 투자와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아무리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 해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과를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산업의 특성과 그 수행 주체의 능력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없는 분배 방식의 정부 보조금과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복권을 사는 듯한 민간 부문의 벤처 투자 수익이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싸게 많이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아직도 언론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했다는 타이틀이 많이 등장한다. 메모리가 아닌 어떤 제품은 오늘도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라면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반도체 산업의 앞날도 밝지만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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