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이 깊은 수렁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다. 미국·일본 등 세계 경기의 악화와 내수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어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는 꽁꽁 얼어붙은 반도체시장의 해빙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함에 따라 침체된 반도체시장의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로 예상했던 우리 경제의 회복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메모리 제품 가운데 우리의 주력품목인 D램시장이 가장 침체될 것이라는 예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수렁으로 내모는 전주곡인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플래시메모리가 지난해와 비슷한 111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다른 메모리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퀘스트가 전망한 올 세계 메모리 시장규모는 4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하며, 이중 D램시장은 전년보다 37% 감소한 202억달러, S램은 24% 감소한 56억달러, EEP롬은 24% 감소한 100억달러다. 또 내년 메모리시장이 올해보다 26% 늘어난 505억달러, 2003년에는 45% 늘어난 733억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발표했던 보고서보다 다소 어두워진 것으로 연말부터 반도체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은 분명하나 지난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성장 견인차일 뿐만 아니라 뿌리이자 기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전망은 참으로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원인이라고 하나 반도체산업의 침체는 국내 성장잠재력과 산업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자칫하면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이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반도체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올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도체와 컴퓨터의 수출 갭을 선박·기계·자동차 등 전통제조업이 메워온 것은 사실이나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미국 경제침체와 전자산업 위축으로 지난해 2260억달러였던 반도체시장 규모가 올해는 1880억달러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긴 하나 시장규모가 적은 것은 아니다. 더욱이 D램을 비롯한 메모리시장이 올해는 감소하지만 내년부터 서서히 회복돼 오는 2004년까지 4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2005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기전망은 어둡지만 장기전망은 밝은 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수출기반인 반도체산업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엔진인 반도체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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