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구소 없는 연구소

 “연구소만 만들면 뭐 합니까. 선진기술을 개발하고 업체를 지도할 전문연구원이 없는데요.”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돌아다녀 봐도 선뜻 지방에 내려와 일하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광주시가 지역경제의 미래를 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산업 관련 입주기관과 업체는 요즘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갓 걸음마 수준인 국내 광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수적인데도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토로다.

 첨단산업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그것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광산업 현장에서 왜 이러한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광주와 수도권의 거리 차에 따른 지리의 불리함을 들고 있다. 서울·대전에 거주하는 전문인력들이 가족 곁을 떠나 광주에서 따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주택 마련이 여의치 않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통·자녀교육 문제 등도 인력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광산업 육성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한국광기술원(KOPTI)이 문을 연지 1개월이 다 돼 가나 연구원을 추가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달 중순 개원할 예정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주분원도 연구원 45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나 지원자가 소수에 그치고 있고 광관련 업체에서도 올해 말까지 150여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정부에 광산업 고급 인력에 대한 주택 무료임대 등 생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인력 주거제공(32평형 70호) 특별사업비 30억원과 연구생산집적시설 건축비 80억원의 지원을 각각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광산업의 특수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광산업이 21세기 최대의 유망산업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범정부차원의 지원·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 광주는 광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10년 후에는 광산업 세계 5대국으로 도약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는 단순히 광주만의 바람이나 꿈은 아닐 것이다.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정부와 지역, 기업과 연구소 등이 상호 연계해 ‘희망의 불’을 함께 지펴야 할 것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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