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벽이 높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씩 ‘KOREA’라는 꼬리표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품 성능이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도 나중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말하면 신뢰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스를 떠나버리곤 합니다.”
지난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시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고 있는 ‘제15회 넷월드+인터롭2001 라스베이거스’에 처음으로 출품한 모 업체 관계자가 털어놓은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 그리고 국내 전시회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첫발을 디뎠지만 새내기 업체가 넘기에 해외 진출의 벽은 두껍고 높았다는 이야기다. 처음으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다보니 사전 정보 수집이 부족했기 때문에 얻는 당연한 결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으로 기본부스를 여러 개 모아 놓은 이른바 ‘한국관’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코리아라는 국가 이미지가 생각보다 낮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전시회에 참가한 모 업체의 경우 미국 현지 파트너사에 ‘한국의 ××분야에서 ○○%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이라는 회사 소개자료를 전달했다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말부터 당장 지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꺾일 대로 꺾였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경우 한국 본사의 미국 현지법인 형태가 아니라 아예 ‘미국 본사’로 설립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 회사명도 한국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이국적인 상호로 등록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벤처기업들은 ‘KOREA’라는 말에 상당한 피해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글로벌화가 일반화된 IT 분야에서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해외에서 열리는 전문전시회마다 중소기업들을 모아 공동부스를 마련해 줌으로써 중소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이는 자금여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을 도와주기 위한 지원제도의 일환이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이같은 프로그램보다는 국가 이미지 제고나 실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맞설 수 있는 선진 해외 기술 동향 자료 제공, 해외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현지 네트워크를 조성해 주는 일 등에 더욱 목말라하고 있는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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