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호텔. 한국의 CCC벤처컨설팅이란 회사가 일단의 한국기업을 이끌고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후 주최측 초청으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벤처 1호인 황규빈 텔레비디오 회장(65)이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한국기업인들과 2시간여 동안 저녁을 함께 하면서 한국벤처인들과 최근의 실리콘밸리 상황 및 벤처기업의 자세 등에 대해 격의없는 얘기를 나누었다. 황 회장은 지난 85년 나스닥에 주당 공모가 18.5달러로 주식을 상장, 6개월 만에 주당 40.5달러로 치솟는 데 힘입어 일약 12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부자로 떠올랐었다. 타임지 표지까지 장식했던 실리콘밸리의 신화적 존재인 그의 주식가격은 최근 주당 18센트로 하락했지만 그는 여전히 정열적으로 네트워크PC사업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는 “선발 닷컴벤처 등이 성공적 결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산업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지난해 9월을 전후해 시작된 세계석유가 앙등 여파와 함께 닷컴 선발기업인 아마존닷컴이 경영부진을 보이며 투자가들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른바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닷컴기업들이 무료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투자에 대한 결실을 뽑아내지 못한 점도 IT산업위기의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황 회장은 “실리콘밸리 닷컴기업 가운데 60∼70%가 도산했고 주식가치는 90%나 하락했다. 지금은 기다릴 때다”라는 말로 실리콘밸리의 침체와 투자냉각 분위기를 전했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그는 향후 미국과 한국의 IT벤처 등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벤처투자자들은 ‘자금’을 바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원론적 대안을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닷컴 서비스 사업자들이 유료화를 통해 투자한 대가를 뽑아내야 한다”는 구체적인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벤처들에게 보이는 최근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시각을 질문받은 황 회장은 “벤처는 어려울 때라도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좋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R&D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것”이라는 체험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한인벤처 1호인 황 회장의 시각 역시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해 때를 기다리는 벤처의 원론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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