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ICT 활용교육

◆송재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jssong@keris.or.kr

중학교 1학년인 필자의 딸이 중간고사가 있다며 시험공부를 도와달라고 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해 이름하여 시험범위를 물어보니 제도 단원이란다. 제도 단원의 내용을 보니 필자가 70년대 초반에 중학교 다니면서 배웠고, 80년대 중반 중학교 교사를 잠시 할 때 가르쳤던 내용이었다. 아이는 실제로 제도를 하고 작품을 만들어 보지도 않고 암기 위주의 시험공부를 해 85점을 받았다. 그 지식을 언제 다시 사용할지도 모르고 그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동일한 수업을 유럽에서는 어떻게 할까. 교사는 3명이 한 팀이 되도록 구성하고 한 달간의 시일을 준 후 원하는 작품을 만들도록 과제를 내준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수행하는 절차에 대해 안내한다.

한 달 동안 학생들은 가구 디자이너 등과 같은 전문가에게 e메일로 물어보거나 직접 방문해 관련된 지식을 조사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가면서 직접 설계를 한다. 한 달 후 교사와 학생들은 마주앉아 그러한 형태의 의자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으로 평가를 종료한다. 이것은 포트폴리오가 되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우리는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의 원동력은 교육의 힘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 왔다. 높은 교육열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했고 이들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의 교육이 위기라고 말한다. 자녀의 교육문제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너무 많은 인력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학부모들의 항의에 대비한 객관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가장 싼 비용과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4지선다형의 지필시험 방식이다. 지필시험의 대부분은 기억력 테스트와 요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의 문제해결 능력이나 자기표현 능력, 다른 사람들과의 협동학습 능력 등과 같이 실상황에 필요한 능력과는 괴리된 평가방법을 채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첨예한 이해 당사자 때문에 학교 형태에서부터 학생 입학과 졸업,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 채용 및 보수 등 모든 부분에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세계은행에서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런 모습을 한국교육의 문제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에서는 교육에서 국가의 과도한 통제를 풀 것과 함께 건전한 경쟁을 통하여 시장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에게 표현능력,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능력, 비판능력 배양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 교육을 OECD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3000조원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교사 이동수업을 학생 이동수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배의 교실이 더 필요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교실 수를 2배로 늘리기란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에서 학습자들의 학습의 장을 자기의 작은 책상에서 전세계로 확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ICT를 활용한 교육이다. 학습의 자율성과 유연한 학습활동을 제공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환경을 제공하며, 창의력 및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킴과 함께 다양한 교수·학습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교육의 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장 값싸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 ICT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화사회에서 정체된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될 수 없다. 지식은 빠르게 창조되고 있다. 지식의 주기도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교과서에 있는 지식의 양은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터무니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생명주기 또한 너무나 길기 때문에 적합하지가 않다. 덴마크에서는 이런 이유로 교과서가 아예 없다. ICT를 활용한 교육이야말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