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 제이스텍 대표이사 jaycha@jace.co.kr
지난 세기말 세계 경제의 혼돈이 국가 정치·경제 및 사회 운영체제의 근대화를 뒷전으로 하고 고성장만을 추구하던 개발도상국들의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환 위기의 도미노식 파급에 기인했다면 현재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원인은 그동안 경제 일등국임을 자부하던 선진국들의 누적된 구조적 모순에 의해 촉발돼 가고 있다.
80년대까지 재정·무역수지의 쌍둥이 적자로 고통을 받아오다가 90년대에 들어와서는 IT 신기술산업 주도의 유래 없는 고성장을 구가하던 미국이 고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또 제조업 우위에 지나치게 도취돼 IT산업이 요구하는 리스트럭처링을 소홀히 하며 금리인하와 통화량 확대라는 안일한 접근만을 선호한 보수적 국가 운영에 의해 10년 이상의 장기 침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중병을 앓고 있다. 또 유럽 국가들도 성급한 이상에 도취돼 조급하게 추진한 유로 단일통화체제의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외환 위기는 어느 면에서는 국제 금융계의 응급처방으로 단기적으로 또는 일부 국가들에만 한정될 수 있는 국지적 문제로 치부될 수 있었으나 작금의 선진국들에 의해 파생되고 있는 경제 위기는 경제학자들이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겨 놓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해 전세계 경제를 아주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으로 재벌 중심의 전통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위와 같이 악화된 외부환경을 극복하고 적정 성장을 유지해 나갈 견인차로서 IT 신산업을 선택하고 이에 대한 의존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한국도 과도기적 가치 혼돈 속에서 단기간에 닷컴 위주의 IT산업에로의 무분별한 투자 후유증으로 IT산업 의존에 대한 경계 및 전통제조업 우위로의 복귀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새로운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데 충분히 고려해 반영할 점도 상당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IT산업에의 전환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건드려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이제는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인 IT산업에의 투자를 지양하고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 및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가용자금·인적자원이라는 소중한 양대 리소스들의 정확한 평가를 통해 IT산업 내에서도 수없이 파생되는 세부 산업들 중 우리가 고도의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큰 산업들을 위주로 냉정하고 선별적인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선별을 통해 소중한 리소스들의 낭비나 중복투자를 피하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장르들이 집중 육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에 IT 관련 부품산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해야 한다. 과거 전통제조업 시대부터 우리 산업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조립산업에 주력해 왔으며 그 결과 경쟁국들 중 부품산업이 가장 낙후돼 결과적으로 조립제품의 가격 및 기술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
부품산업은 본질적으로 원천기술로의 확보 없이는 시작이 어렵고, 또 투자 회수기간이 길며 설비투자가 상당부분 요구됨으로써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들보다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당시 우리의 여건상 단기간에 따라붙을 수 있는 단순조립제품 위주로 산업을 드라이브할 수밖에는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IT산업은 그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서 동시에 시작하고 있는 만큼 IT 부품산업에의 균형된 투자를 같이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부품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IT산업을 통한 성장 및 국부를 위한 부가가치 창출도 곧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고로 신산업이 주력산업으로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 극복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작금의 위기적 상황에 대한 원인 제공자들 중 하나로 IT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보다는 21세기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주력산업으로서의 IT산업에 대한 믿음을 다시 확인하고 이제는 다만 세부 산업별로 선별해 집중 육성해 나갔으면 한다.
그리 함으로써 우리는 지금 시작되고 있는 전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사이클을 일본 등 선진 경쟁국과의 위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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