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 (632)

“최 위원장께서 오신다고 해서 사주를 보았습니다.”

윤봉수가 말하면서 탁자 위에 메모지 한 장을 펴놓았다. 나는 창을 통해 바라다 보이는 저편 바다를 보았다. 그의 운명 철학연구소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해운대의 달맞이 고개에 있었다. 말이 운명 철학이지 실제는 주역을 보는 점쟁이 집이 틀림없었다.

그가 내미는 메모지에는 내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고, 주역으로 풀어놓은 여러가지 운세가 적혀 있었다.

“최 위원장님의 최근 운세가 기가 막힙니다. 대운입니다. 다만, 금(金)이 목(木)을 쳤으니, 돈이 좀 나갈 것입니다.”

그는 짐작으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실제 사주에 나온 대로 지껄이는지 알 수 없었으나, 나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짜를 어떻게 알았습니까?”

“알 수 있지요. 어쨌든 대단히 좋은 운세입니다. 다만, 운이 너무나 좋다보니 신의 시기가 있는 것일까. 액운도 있습니다. 구설수에 휘말리고 송사도 있지만, 워낙 운세가 좋으니 그 모든 것이 비켜갈 것입니다.”

나는 윤봉수의 사주니 뭐니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전직 철학 교수라고는 하지만, 꼭 점쟁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자를 어떻게 공천해주었는지 알 수 없었고, 그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당의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내 운세는 그렇다치고 윤 교수님이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할텐데, 그 운세는 나옵니까?”

“물론이지요. 당선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내 사주로 본다면 노력할 필요도 없겠지요. 허지만, 그 사주가 노력을 한 결실로 얻어지는 것이지,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액운은 가만히 있어도 옵니다만, 길운(吉運)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올 것은 노력 없이도 옵니다만, 일단 노력을 해야지요.”

“난 사주를 믿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도 일리가 있지요. 하지만, 달리기를 놓고 볼 때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1등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소질이 있고 잘 달리는 자가 노력을 해야 1등을 하지 전혀 아닌데 노력을 한다고 1등을 합니까? 운명과 노력의 함수관계는 그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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