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 -ETRI, 퀄컴 기술료 분배분에 대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약 1300억원(1억25만5530달러)에 이르는 기술료 분배금을 미국 퀄컴사로부터 받았다는 보도는 기술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기업 로열티 수입이 2000년도에 겨우 2억달러를 넘어선 사실을 감안한다면(본지 3월9일자 참조), ETRI가 받은 기술료 분배금은 ETRI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큰 자랑이라 할 것이다.

또한 거대 다국적 기업과의 힘겨운 국제 소송을 통해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한 ETRI의 노력은 여타 기관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동안 주변에서는 패소할 것이 뻔한데 괜히 나선다거나, 분쟁에서 패하면 소송비용 전체를 연구기관이 책임지라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컴이 기술료 분배에 대한 계약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당초 분배금의 약 절반 정도를 지급한데 대하여 ETRI가 적극적으로 대응,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자칫 잃어버릴 수 있었던 국부를 찾아오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기술료 분배금의 귀속에 대하여 정보통신부와 ETRI 간에 갈등이 표출된다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기술료 배분금을 둘러싸고 사업을 요청했던 정보통신부와 자금을 출연했던 한국통신, SKT 등이 일정지분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퀄컴으로부터 받은 것은 기술료 「분배분」이며 퀄컴과 ETRI간 협약에 따라 지불하는 것으로서 정부에서 지분을 요구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ETRI가 수행하고 있는 이동통신 분야의 기술개발에 재투자함으로써 CDMA의 상용화를 통하여 확보한 정보강국의 입지를 더욱 강고히 하는 투자 재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퀄컴과의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냄으로써 이번 기술료 분배분을 가능하게 한 주역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기를 기대한다. 1300억원의 국부창출에 대하여 마땅히 표창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기 때문이다.

남해 대전 유성구 지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