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섭 ICM 사장 ceo@icm2k.com
「게임」은 스포츠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PC게임, 비디오게임, 아케이드게임, 온라인게임 등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게임」을 말한다. 혹자는 게임을 스포츠에 비유하는데 의아해 할 수 있다. 또 『아하,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게임과 스포츠가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국내·외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말이 바로 「e-sports」라는 말이다. 여기서 「e」는 「electronic」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는 사이버 디지털 콘텐츠를 대변하며 협의의 의미에서는 바로 「게임」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e-sports」는 「게임」과 「스포츠」가 결합된 단어인 것이다.
스포츠의 어원은 desport 또는 disport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락」 「경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스포츠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적인 경쟁 욕구에서 비롯된다. 경쟁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해 자아실현의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보는 사람, 관중들은 선수들이 체험하는 이러한 감동과 기쁨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스포츠의 핵심요소는 게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의 그 원년은 여러 프로게임 리그가 탄생하고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은 2000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고의 게이머들이 한국에 모여 국가대항전 「올림픽」형식의 e-sports를 펼치며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한 해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 97년에 두개의 프로게임 리그가 탄생했고 그 운영방식이 축구나 농구 등 여타의 스포츠 리그와 유사해 게임이 스포츠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게임의 스포츠화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첫째, 단순 취미로서의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프로화되고 있다. 이기석, 신주영과 같은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들의 직업정신, 경쟁심, 스포츠맨십은 스포츠 선수들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둘째, 게임리그를 통한 광고와 제품홍보 효과를 인식한 대기업 스폰서들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기업이 특정 프로 게이머 개인에게 스폰서십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미디어가 게이머들의 경기내용을 주요 미디어 콘텐츠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넷째, 오프라인 게임경기의 경우 입장료 수익이 가능하다. 다섯째,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제품은 신발이나 의류와 같은 스포츠 제품처럼 대중에게 마케팅 할 수 있다.
이외에 게임과 스포츠가 가지는 공통점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공통점을 더욱 강화, 발전시켜 게임을 진정한 e-sports로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선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스포츠의 생명은 스타 플레이어와 많은 관중에게 있다. 게임이 스포츠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하드코어 게이머(프로급 게이머)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저변인구가 확대돼야 한다. 경기에 적합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거나 개발하는 것도 큰 과제다. 또 스포츠와 미디어를 떼놓고 말할 수 없듯이 게임중계에 적합한 콘텐츠 프로덕션 기술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며 이것은 관중들의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도 맥을 같이하는 문제다. 이러한 과제들은 특정기업이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이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리그사, 유통사, 게임 개발사, 정부의 힘이 한곳으로 집중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21세기 신문화를 창조할 인프라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우리나라만큼 이러한 문화창출의 기회가 좋은 나라도 없다고 본다. 한국은 지금 e-sports를 통해 21세기 문화선진국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으며 우리 모두 그것을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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