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범 홍익인터넷 CSO (chris.roh@hongik.com)
바야흐로 웹 에이전시(Web Agency) 러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IT 비즈니스 용어 사전에 거론조차 되지 않던 「웹 에이전시」라는 업종이 어느 순간부터 수익성에 대해 의심 받는 벤처들 그리고 새롭게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기업들의 「새로운 대안」이자 「구원의 빛」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 웹 에이전시 사업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주역 중의 한 명으로서 최근 무서운 기세로 확장되고 있는 웹 에이전시 시장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몇가지 우려를 하게 된다.
웹 에이전시 업종에 새롭게 진출하는 업체가 많은 것은 겉보기에 이 업종의 진입장벽이 아주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만 보면 분명히 웹 에이전시는 아주 손쉬운 창업(?) 또는 업종전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웹 에이전시의 과거 위상이었던 「홈페이지 제작 하청업체」로만 생각한다면 웹 에이전시는 정말이지 「아무나」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인터넷이 처음 선보였던 시기만 해도 웹사이트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 자체가 큰 기술이었다. 웹사이트라 해봐야 회사의 카탈로그를 온라인에 구현하는 수준이었고, 구축 목적 역시 회사 홍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사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텍스트로만 이해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 환경이 바뀌었다. 웹이 인터넷이 세상의 주류로 바뀌어 버린 지금 웹은 홍보페이지도 전산프로그램도 아니다. 웹은 기업의 미래가 걸려있는 디지털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사활을 걸 만한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중요하고 막중한 「웹 업무」를 의뢰받아 수행해야 하는 웹 에이전시는, 당연히 기업이 원하는 모든 요구를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는 서비스 업체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신기술, 날로 다양해지는 솔루션, 예측할 수 없는 IT 환경의 변화, 점점 똑똑해져 가는 고객과 복잡 다양해지는 프로젝트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서비스 업체로서의 웹 에이전시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또 이러한 것들은 앞서 말한 컴퓨터 몇대, 개발인력 몇명, 컨설턴트 명함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요건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질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해도 국내에서 웹 에이전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확히 말해 서비스업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고단한 일이다. 왜 어떤 점들이 웹 에이전시 사업을, 서비스 업을 힘들게 만드는가.
첫째, 제안비가 없다는 것이다. 광고업계나 SI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아직 웹 에이전시 업계에는 숙제로 남아 있는 일이다. 대형 프로젝트일 경우 거의 1개월이란 시간과 2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제안서를 작성하는데 그 비용부담은 모두 제안업체의 몫으로 남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도 총금액을 고정해 산출하는 방식에 의존하다 보니 작업중 발생하는 추가 비용부담을 모두 에이전시가 떠안아야 된다. 심지어는 개발기간중 고객의 전략수정에 의해 요구사항이 늘어나도 웹 에이전시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서비스업체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단순한 하청업체나 용역업체로 취급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통적인 한국의 갑을 논리가 「웹」 프로젝트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고급 서비스」 제공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이해를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웹 에이전시는 이렇게 안팎으로 열악한 환경들속에서도 철저히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웹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통해 가치를 부여받고 이를 이용해 비로소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에 진입하게 만드는 것이 서비스 업체로서의 웹 에이전시가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이자 임무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