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다. 이동전화 단말기에서 때아닌 「1등 망령」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국산 보급형 20인치 TV 한 대를 해외시장에 팔아 남긴 돈이 1달러도 채 안되는 시절이 있었다. 때론 적자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극심한 물량공세와 가격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졌던 것. 그것도 국내업체끼리 다퉈 피를 흘렸다. 물론 최근의 20인치 TV 수출 수익은 3달러 이상으로 좋아졌다. 29인치 이상 고급형 TV가 10달러 이상, 프로젝션 TV도 50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후문이다.
올해 3월 다시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 유혈극을 벌였다는 소식이다. 품목이 TV에서 이동전화 단말기로 옮겨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출혈수출은 아닌 모양이다. 대신 「우리가 1등」이라는 데서 한 걸음도 물러설 줄 모른다.
이동전화 단말기 1등 신경전을 벌인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최근 LG전자가 브라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인터넷단말기 판매량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하자 삼성전자가 코웃음을 쳤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시장은 CDMA뿐만 아니라 유럽형이동전화(GSM), 시분할다중접속(TDMA), 아날로그(AMPS) 등 다양한 이동통신방식이 공존하는 데 시장비중이 20%에 불과한 CDMA분야에서, 그것도 올해부터 조금씩 수요가 발생하는 인터넷단말기분야에서 1등을 해 의미가 있느냐는 것. 더불어 삼성전자측은 CDMA, GSM을 포함해 자사가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업체 중에서 최고임을 강조했다.
두 회사간 1등 자존심 싸움은 한번으론 충분치 않았다. 다시 LG전자가 「호주 CDMA시장 1위」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것도 「삼성전자를 제치고」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삼성전자의 눈에 핏발이 선 것은 당연한 일. 삼성전자는 곧바로 『LG전자가 무리한 가격공세로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LG전자가 『터무니없는 낭설이자 음해』라고 반박한 것은 당연한 수순.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양쪽 다 「바보 1등」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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