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사 도산, 700여개사 인수 합병, 최고경영자(CEO) 11월 111명 사임, 주가 5달러 이상인 상장회사 40개.」
미국 닷컴회사와 관련된 작년 성적표다.
이뿐만 아니다. 야후의 주가가 20달러대로 폭락, 최고치(200.75달러) 대비 86%로 하락했으며 주가 1달러 미만인 닷컴기업이 줄을 서 있다. 게다가 도산한 닷컴기업들이 즐비해 처리방안이 없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살아남은 닷컴기업들도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말 『브릭앤드모르타르(Brick&Mortar)는 구경제의 잔재고 디지털 경제의 새 주역은 닷컴이다』며 이제 굴뚝산업은 끝났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e베이의 주가가 포드 자동차보다 높은 이유는 미래가치 때문이라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회사명에 닷컴이 붙지 않으면 주가가 뜨지 않을 정도로 닷컴 열풍이 일었다.
TV광고의 절반 이상이 닷컴 광고로 채워졌다. 버스광고에도 닷컴, 지하철역에도 닷컴, 구인광고 말미에도 닷컴, 유명인사 웹사이트도 00닷컴으로 불리는 등 닷컴 골드러시 시대로 불릴 정도였다.
브릭앤드모르타르는 공부도 그저 그렇고, 애교도 부리지 못하고 묵묵히 시키는 일만 하는 장남과 같았다. 닷컴이라는 늦둥이 딸이가 태어나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예쁘고, 애교 철철 넘치며, 머리도 좋아 2살 만에 컴퓨터까지 척척해 내는 딸은 엄마와 아빠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가고 말았다. 부모의 눈에는 닷컴밖에 없었다. 자나 깨나 딸 자랑, 앉으나 서나 딸 생각할 정도로 딸 없이 못사는 세상이 됐다. 당연히, 브릭앤드모르타르 오빠는 찬밥 신세가 됐다.
딸이 이름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부모의 사랑은 다시 아들에게로 돌아왔다. 닷컴의 붐과 몰락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부모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아들, 브릭앤드모르타르는 끓는 속을 감추고 묵묵히 제 위치를 지켜왔다.
브릭앤드모르타르 업체들이 다시 약진하고 있다. 판매고 10위권내 7개사가 브릭앤드모르타르 기업이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클릭앤드모르타르(Click&Mortar)라 불린다.
정보통신시장 조사 전문업체인 IDC사는 브릭앤드모르타르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주도하여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한 예로 「아마존」에 강펀치를 맞은 미국 최대의 서적 판매회사인 「반즈앤드노블」이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망 위에 온라인 판매망을 추가해 아마존에 역공을 펴고 있다. 반즈앤드노블은 작년 온라인 판매순위 4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닷컴의 올해 나이는 몇 살인가. 제일 나이가 많은 닷컴이 기껏해야 8살이다. 그 아래 동생 닷컴들은 대다수가 서너살박이들이다. 우리 인간의 유치원생 나이 정도다. 그 아기들에게 처음에는 예뻐서 죽고 못살더니만 공부시킬 생각은 않고 돈을 벌어 오란다. 예쁘다고 자랑하던 이름까지도 바꾸어 버렸다. 돈 못 벌어 온다고 집밖으로 쫓아내 추운 겨울에 얼어 죽게 하였다. 닷컴의 수난시대가 왔다.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작년말로 전국민의 50%가 넘었다. 온라인 쇼핑 매출액도 작년 한해 280억달러에 달했다. 99년도 173억달러에 비해 62%나 신장된 수치다.
2002년 말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6억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온라인 구매규모가 1조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투자전문가 존 도어는 향후의 웹시장이 PC웹, 보이스(voice)웹, 핸드(hand)웹, 브로드밴드(broadband)웹, 비디오(video)웹 그리고 e웹 등 6개로 확대된다고 호언 장담한다. 그는 또 이들 6개 웹이 모두 온라인 시장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겨우 첫번째에 해당하는 PC웹 시장을 개설했을 뿐이다.
5년전 실리콘밸리를 먹여 살린 것은 닷컴이 아니다. PC웹 닷컴의 몰락은 강한 닷컴의 선별단계에 불과하고 또 다른 6개 웹 시장이 상존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탄생의 예고이기도 하다.
<미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oh@computing.soongs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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