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 만에 다시 미주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관련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AST의 인수에 따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이곳에 진출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있지만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높은 판매실적을 거둔 삼성전자가 미주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의 「e머신즈 성공신화」 못지 않은 일을 벌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보면 이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재진출 배경=삼성전자는 PC사업 초기부터 컴팩컴퓨터·델컴퓨터 등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톱 브랜드를 꿈꿔 왔으며 그 꿈의 실현장소를 미국시장임을 절감했다. 그래서 지난 95년 세계 5위 PC업체인 AST를 인수하는 대모험을 단행했다. 세계 초일류 PC업체의 꿈을 구체화한 셈이다. 당시 세계 각 PC업계는 삼성전자가 일약 세계 메이저 PC업체로 변모할 것으로 내다보고 삼성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현지화 실패, 경영난맥, 마케팅 혼선 등으로 출범 이듬해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3년 만에 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손실을 안은 채 AST를 매각하는 실패의 쓴맛을 봤다.
세계적인 톱 브랜드를 지향하면서 씻을 수 없는 자존심의 상처를 안은 삼성전자는 이후 내수시장에 주력해왔다. 수출은 유럽과 아시아지역 일부에 소규모 자가브랜드 수출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을 실현할 미주시장의 참담한 실패로 삼성전자는 이곳 시장 공략을 사실상 포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와신상담, 미국시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한 시장분석과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면서 재기를 꿈꿨다. 우선 내수와 유럽지역 중심의 수출성과에 힘입어 2000억원 이상의 순익(컴퓨터사업부문)을 내면서 미주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AST 매각 이후 3년 만에 멕시코 티후아나에 생산공장을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자신감에서 나온 결과다.
◇진출의 특징=이번 멕시코 공장건설에서 나타난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연간 80만대 규모로 다른 어느 지역 공장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고, 또다른 특징은 현지 직접생산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 삼보컴퓨터와 달리 중고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빼놓을 수 없다.
멕시코공장은 현재 8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충분한 부지 및 공장건물이 이미 확보돼 있는 만큼 수개월내에 수백만대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실제 내년도 현지 PC 수출목표를 수백만대 규모로 늘려 잡았다.
또 기존 대부분의 PC업체들이 판매법인 일변도의 현지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직접 PC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춘 것은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시장공략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상품기획에서부터 CPU·HDD·메모리 등 주요 부품구매는 물론 제조까지 일괄처리함으로써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지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또 삼성전자가 현지 생산하는 기종이 펜티엄Ⅲ 800∼900㎒급 중고가 데스크톱 기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메이저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중고가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해 보겠다는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전망=삼성전자의 현지 공장설립은 「3년 만에 미주지역 생산시설 확보」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또는 및 전진기지를 확보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 브랜드로 미국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점에 직접 공급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현지 주요 PC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OEM 수출도 병행할 계획이다. 올해 수출물량을 80만대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화가 본격화되고 사업기반이 다져질 내년부터 수출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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