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 휴먼컴 사장 jmlee@human.co.kr
닷컴 업체들의 극심한 침체 분위기보다는 비교적 안전하게 2000년을 마감했던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들도 올 한해는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것 같다. 최근 실리콘밸리로부터 날아든 시스코시스템스사의 향후 자사 매출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은 수많은 기술 벤처들에 앞으로 갈 길이 무척이나 험난함을 예견한다. 닷컴의 몰락으로 표현되는 극심한 한파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기술 벤처의 목표시장 축소라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게 된다.
과연 기술력 있는 벤처마저도 길이 없는 것인가.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 겪을수록 굳세어지는 기업 즉 많은 새로운 스타기업의 탄생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 기업은 오늘보다 더욱 커지고 건강한 모습일 것이다.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 미래를 위한 준비의 초점은 첫째도 경쟁력, 둘째도 경쟁력이다. 기술 벤처들은 우선 그들 핵심기술의 미래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번 결정된 방향은 신념을 가지고 가야 한다. 설령 잘못된 결정이라도 끝까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술 집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는 보다 나은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의 기업들은 미래의 확고한 비전에 배고픔을 감내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견 벤처들의 경우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마케팅에서의 경쟁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기술보다 사업성과 마케팅 능력을 더욱 중시한다. 한 벤처 CEO는 극단적으로 기술이 5%면 마케팅, 경영 능력 등 총체적인 사업 수행 능력이 나머지를 차지한다고 한다. 얼마가 될지 모를 긴 침체의 늪을 건너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 벤처 스스로 경쟁력 배양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벤처 산업 지원에 많은 노력을 한 정부는 요즈음의 침체를 먼 발치에서 쳐다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우리들의 언론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정부의 여러 지원 정책을 보도하고 있다.
수십년전부터 실리콘밸리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미국 정부는 우리와 다른 윈칙에 의해 벤처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미국 정부의 기업 지원에 대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경쟁력과 중소기업이다. 시장규칙의 제정자로서, 상품구매자로서, 연구개발자금 지원자로서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부단히 노력해 왔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신화의 전설이 되어 버린 페어차일드사가 지난 60년대 획기적인 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미 공군이 미사일 유도관련 제품을 구매해 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정부관련 연구소는 이 회사의 오랜 고객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정부 조달 예산의 35%를 중소기업간의 경쟁으로 조달하도록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다. 만일 우리 정부도 과감히 IT 분야 조달에 있어서 기술벤처간의 경쟁을 통한 제품구매제도를 도입한다면 수년내에 세계적인 기술 벤처기업들이 무수히 탄생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의 조달 역시 내부 거래가 아닌 일정 비율의 조달을 기술벤처들간의 자율 경쟁으로 시장을 확대해 주는 제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대한 정부시장 및 대기업시장을 대부분 대기업계열의 또 다른 대기업에 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어떠한 지원 정책도 효율적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기술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각축장이 된 한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곧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술벤처기업들은 결코 기술배양에 있어서도 대기업처럼 백화점식으로 하지 않는다. 영화산업의 스크린쿼터처럼 기술벤처기업들을 위한 시장 확보는 곧 우리도 한국의 IBM, 한국의 MS와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고 그들 자체 자금으로도 훌륭히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부사장 35명 등 총 137명 승진...2025년 정기임원인사
-
2
KT 2025년 인사·조직개편...'AICT 컴퍼니' 변화에 방점
-
3
AI 디지털교과서, 국어 빠지고 사회·과학 1년 늦춘다
-
4
태양계 해저 탐사도?... NASA가 선보인 '수중 로봇'
-
5
“고백합니다”… 'AI 예수님'에 쏟아진 고해성사?
-
6
노을 마이랩, 美 FDA 첫 제품 등록…진출 본격화
-
7
테일러 스위프트, 美 빌보드 '21세기 최고 팝스타' 2위… 1위는 누구?
-
8
갤럭시S25 울트라, 제품 영상 유출?… “어떻게 생겼나”
-
9
애플, 폴더블 아이폰 드디어 나오나… “빠르면 2026년 출시”
-
10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