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코스닥시장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의 한 인터넷업체가 국내 코스닥 등록 인터넷업체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루머가 퍼진 것이다. 시장은 곧바로 술렁이기 시작했고 새롬기술 등 인터넷주들은 단숨에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지수 상승을 부추겼다.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은 루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인적 인프라를 총동원하며 동분서주한 결과 낭설로 밝혀졌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 증권사의 정보 보고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일부 온라인 매체로 흘러가 세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날 코스닥시장이 루머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오르고 증시 분위기도 호전됐으니 반기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1년 전을 생각하면 여전히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한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말도 안되는 루머가 마치 사실인양 증시를 움직이니 시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며 『코스닥시장에서 투자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이제는 투기판으로 변질돼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갖가지 루머가 그럴싸하게 포장돼 나돌고 있는 데 대한 한탄이다. 물론 본래 증시라는 곳이 그 속성상 갖가지 루머가 횡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파장이 특정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정체성마저 흐리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보기술(IT)업체의 한 투자설명회(IR) 담당자는 『하루에도 수 차례 전혀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실적에는 무관심하면서도 루머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들이 과연 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토로했다.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에 단순한 「돈」 논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루머로 멍드는 시장을 바라보며 코스닥시장 입성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외 벤처기업들의 의지마저 꺾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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