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산업이 올해부터 정부 주도로 집중 육성된다고 한다. 2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고품질 콘텐츠 개발 전문회사 「코리아뮤지엄」 등을 설립해 21세기 디지털 문화대국의 기반을 닦아 놓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반산업도 아닌 문화콘텐츠분야를 정부가 주도해 산업화하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콘텐츠란 게임·영화·음악·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고도의 자율성과 독자적인 창작의지가 전제돼야 하는 분야인 것이다.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정부가 주도할 경우 창의성과 독립성이 훼손돼 오히려 산업화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예컨대 이번 계획속에 경쟁력있는 유망 프로젝트의 지원이라든가, 전문인력을 몇명 정도 양성하겠다든가 하는 대목에서 쉽게 감지되고 있다. 한마디로 일반분야의 산업육성방식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코리아뮤지엄 역시 여타 산업관련 부처가 설립한 기업의 경우처럼 민간문화산업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또한 인터넷인구 3000만명시대에 각 지방도시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계획은 국가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계획에는 오는 2005년 영상채널 1000개, 인터넷인구 3000만명 등 고도의 정보사회에 대비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콘텐츠들을 발굴·육성하겠다는 큰 뜻이 담겨 있다. 또한 코리아뮤지엄 설립계획에서도 민간기업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유무형의 국가문화원형들을 데이터베이스하겠다는 내용은 크게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산업육성의 뜻 외에도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를 디지털기술을 통해 영구히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부가 이번 계획을 세운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문화콘텐츠의 소비자들은 늘고 있지만 민간차원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그나마 정부의 산업육성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화콘텐츠 소비자들의 심리를 외국 문화콘텐츠사업자들이 직접 파고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온다면 우리나라의 전체 디지털산업은 물론 디지털문화의 외국종속이라는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화콘텐츠상품의 생명력은 시장경쟁력에 있다. 산업육성책은 여러종류가 있겠지만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설립해 문화콘텐츠상품을 발굴하겠다는 발상은 어딘가 옹색한 구석이 엿보인다. 지금은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하게 경쟁해 시장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좀더 큰 마당이나 환경을 조성하는 계획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종사자의 개발의지나 창의성이 꺾이지 않도록 각종 저작권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라든가, 고가의 첨단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구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종사자들이 외국의 최첨단 선진기법이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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