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옥션과 e베이

요즘 테헤란밸리 사람들은 두세사람만 만나도 이야기꽃을 피운다. 옥션의 e베이 매각이 소재다. 얘기의 주제도 다양하다. 부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고 시기어린 질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제값을 받았으니 최상의 조건으로 팔았느니, 아깝느니 등 자기나름의 의견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옥션의 e베이 매각이 테헤란밸리 사람들에게 반갑디 반가운 단비라는 데에는 모두들 동의한다. 또 대부분은 이번 사건이 메마른 테헤란밸리를 촉촉히 적셔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옥션의 e베이 매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의미는 다른 데 있다. 인터넷과 벤처, M&A, 글로벌경영과 관련된 잘못되고 편협된 인식에 대한 반성이다.

우리의 인터넷과 벤처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가 싶더니 언제는 바닥 깊은 줄 모르고 가라앉기만 한다. 거품이 빠졌다고들 하면서도 여전히 투자는 외면한다. 자기 기준이 없다. 언제나 남들이 하면 따라한다는 식이다. 반면 우리보다 만리나 떨어져 있는 e베이는 현재 시장가치로 옥션 주식을 매입했다.

잣대가 없기는 M&A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인수는 성공, 매각은 실패라는 전가의 보도가 이번에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심지어 옥션을 그만한 값에 판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과거처럼 옥션 매각을, 그것도 외국 업체에 넘긴 것을 매도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모두들 어렵기 때문이다. M&A에 대한 평가가 어찌 형편이 좋고 나쁜 데 따라 달라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M&A도 엄연히 경영의 한 기법이고 보이지 않는 시장의 질서다.

옥션의 매각을 두고 국내 모델은 매각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자본과 시장이 협소한 국내에서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냉정하고 정확한 분석이다. 국내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2%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지극히 합리적인 이 말에는 꿈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모델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던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역시 너무나 이중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 글로벌모델을 만드려면 거대한 자본과 큰 시장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만 한다.

벤처에는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좁은 국내에서의 성공만을 좇는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은 이제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98%의 시장이 밖에 있다.

<인터넷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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