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기업정보화의 정체성 확립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점을 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혁명은 흔히 정보화 혁명, 인터넷 혁명, 전자상거래 혁명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통용되지만 이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은 지식과 정보기술(IT)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 이래 삶의 형태를 지금처럼 구조적으로 흔드는 시대는 없었다는 점에서 현 시점을 혁명기라고 인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밟아가는 우리들은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혁명은 피를 수반한다는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현재의 지식혁명도 예외는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사고하는 형태를 바꾸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퇴출당하거나 도태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에는 온갖 변화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기업」이나 「정보화」 같은 평범한 경제 개념마저 흔들리는 현상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는 우리의 기대가 과도했거나 부정확한 인식을 지닌 데 그 원인이 있다.

정보화라는 개념도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정보화의 진정한 목적은 어떤 기업이나 기관의 전체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개혁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함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정보화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그 대신 혁신(innovation), 효율성(efficiency), 경쟁력(competitiveness)과 같은 용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정보와 지식은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정보화를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물론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IT 마인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정보화는 별도의 IT 담당조직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단순한 부가 개념이 아니다.

정보화는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일단 확고한 의지가 갖추어지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가 필요하고, 인터넷이 활용되며 e비즈니스를 추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식의 전환과 엄청난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고, 도태되는 자원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혁명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관료화와 정보화는 대립의 개념이다. 관료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보화할 경우 기대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기업의 구조조정 없이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한다고 해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 기업 혁신이 없는 정보화는 구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IT산업의 육성 방향도 기업과 정보화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개념 정립에서 출발해야 한다. IT산업은 정보화를 추구하는 고객에 의해 성장한다. 미국에서 실패하는 벤처기업들의 주요 원인을 분석해 보면 자신의 기술과 서비스를 사 줄 고객을 적기에 만나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고객과 IT의 만남이야말로 진정한 IT 산업육성의 발판이다.

이제 우리는 본연의 임무와 정체성에 대해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업은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이익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집단이다. IT는 기업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가치를 올리는 데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저렴하고 빠른 인터넷 인프라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터넷 마인드의 확산은 고무적이다. 우리의 숙제는 이러한 환경과 인적 자원을 진정한 기업의 가치로 바꾸는 것이다.

매킨지 컨설턴트들은 가장 매력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인재, 지적재산, 브랜드, 네트워크 등의 무형 자산을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인 것이다.

이렇게 자기 변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성공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적 책무다. 또한 기업과 정보화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 확립과 혁신의지를 가지는 것은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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