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지난주 꽤 유명한 컴퓨터업체의 한 사장을 만났다. 그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올 상반기까지 전년대비 40% 이상의 급성장세를 구가하던 매출이 지난 9월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말을 앞두고 쏟아지는 내년 경기전망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뿐이고 전세계 수출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올들어 인력을 크게 늘렸을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을 위한 각종 투자를 더 늘리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새해 경영목표를 세우고, 하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있긴 하지만 내년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이 경영자만 느끼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새해를 앞두고 요즘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일 것으로 여겨진다.
새해의 시작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해가 바뀐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의욕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희망을 가져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이 그럴만한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업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미국의 경기하락과 원유가 상승 등 해외경제 악화, 벤처기업의 위기, 국제 수지악화 등도 우리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전자정보통신산업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 경쟁력을 갖춘 핵심산업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3·4분기까지 섬유, 음식료품, 건설업 등 전통산업의 성장세가 극히 부진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과 달리 반도체 등 전자정보통신업종은 전년대비 45.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동안 IT산업 생산액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7%에서 3%포인트 이상 늘어난 16%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량적인 면에서 보면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전체산업을 주도하는 산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9월 이후 각종 지표가 심상치 않다. 그 동안 3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하던 전자정보통신제품 내수 및 수출증가율의 둔화세가 뚜렷하고 일부 특정제품은 매기가 끊겨 제품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여러 가지 정황에 미루어 보면 당장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자칫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선택할 대안은 그리 많지 않다. 원자재가 부족하고 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상 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 무역흑자를 실현하고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은 「수출」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물론 수출로 우리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으로 수출확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새해에는 이들 제품의 수출목표를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700억달러로 잡고 있다. 전체 수출목표액인 1895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목표달성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내년에 전자정보통신분야의 수출확대에 초점을 맞춰 경제운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그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우선 정부는 기업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수출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출이 산업발전 못지 않게 국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명심해 이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형식적인 수출드라이브정책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수출확대에 도움이 되는 산업여건조성과 금리정책, 무역수지 관리방안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용기있는 정책의 선택이 필요한 때다.
전자정보통신업체들도 여기에 맞춰 내년도 수출드라이브에 무게를 둔 경영전략을 수립해 자신의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정부의 지원책이 좋더라도 실제 당사자들의 의지나 노력없이는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우리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어려움은 내수촉진이나 단순 처방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관련기업이 어떠한 경제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원적인 치유책을 내놓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수출은 우리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새해 전자정보통신 경쟁력 확보의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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