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산업자원부의 중기거점기술 개발사업과제로 최종 확정된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1·2단계)」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산자부는 올 연말부터 3년간 업계·연구소·학계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개발키로 한 차세대 웹서버인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 1단계 프로젝트에 모두 8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적인 투입금액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도 중기거점기술 3개 분야 개발사업 예산이 1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 개발사업에 대략 30억원 정도가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계별 주요 개발내용(표)>
또 지금까지의 국가지원 프로젝트 성격상 참여업체의 경우도 매칭펀드를 결성,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정보통신, 시아이사, 한솔텔레컴 정보통신연구소, 새롬기술 기술연구소 등 업계는 일단 지금까지 진행돼 온 대형컴퓨터 기술사업 등의 전례에 비추어 국가지원 규모에 걸맞은 80억원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가 중기거점기술 개발사업으로 채택된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 프로젝트 1단계 규모는 대략 150억∼2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추진배경에 대해 컴퓨터 시스템 개발 및 이와 관련한 솔루션의 개발 노하우을 축적하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른바 기존의 대형컴퓨터 개발사업과는 달리 틈새시장을 겨냥한 시스템 솔루션의 개발에 나서 범용시장까지 아우르는 점진적인 개발전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김학배 교수 역시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이나 주전산기·중형서버 개발사업과는 성격부터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나 특정 연구소가 주도하는 기존의 프로젝트와는 달리 내로라하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데다 운용체계(OS)커널·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시스템 등 각종 시스템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계 표준을 만들겠다는 목표 지향적인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초고속 스케일러블 웹서버」는 특히 IBM·HP·컴팩·후지쯔 등 기존 외국계 컴퓨터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범용시장과는 다른 「웹서버」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에 비해 앞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웹서버 시장에서만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웹서버 관련 각종 시스템 솔루션의 세계 표준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상용서버 업체들에 이어 국내 중소업체들이 조립서버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마당에 산자부가 굳이 같은 용도의 컴퓨터 개발사업에 뒤늦게 뛰어드는 이유가 뭐냐며 힐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립서버의 경우 이미 인텔이나 선 등이 이와 관련, 「화이트박스」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 상당수 벤처기업 역시 이들 「화이트박스」를 가져다 OS·메모리·케이스 등 조립서버를 생산, 웹서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국가 예산까지 투입하며 개발할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에 맡기지 않고 정부기관이 추진한 컴퓨터시스템 개발사업의 경우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들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산자부가 지난 90년대 추진한 기존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의 상용화 실패사례를 들어 좀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일단 개발과제로 채택된 이상 사업추진 자체를 막아서는 안되겠지만 개발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불협화음과 결과물 산출에 대한 엄정한 관리감독은 물론 이를 계기로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자부가 추진했던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의 경우 지금까지도 연구비 전용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용화 실패에 따른 연구보고서 한장 제대로 나온 것이 없을 정도다. 정보통신부가 추진해 온 주전산기 개발사업이나 중형서버 개발사업 역시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됐다. 기술상의 문제나 시장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프로젝트」로 귀결됐다. 이번 웹서버 개발사업도 실상은 산자부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대기업측이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대형컴퓨터와 주전산기 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웹서버 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는 하나 틈새시장은 원래 한계가 있다. 또 장기적인 전망으로 보면 상용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나 이럴 경우 핵심 기술에 관한 기술경쟁력이 없다』며 『이번 사업은 자칫하면 대형컴퓨터·중형서버 개발프로젝트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업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지금까지 시도해 온 컴퓨터개발 사업의 경우는 전자통신연구원(ETRI)나 서울대 컴퓨터신기술연구소 등 특정 연구소가 주도했으나 이번 프로젝트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단일 결과물이 아닌 웹서버 토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산학연 참여기관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를 통한 양질의 결과물 산출은 물론 차제에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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