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끼워 맞추기 행정

방송위원회는 내년 3월 중계유선사업자의 케이블TV방송국(SO) 전환을 앞두고 최근 승인 기본안을 내놓았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케이블TV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현안인 만큼 이번 안에 매우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방송위의 기본안이 방송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안을 놓고 중계유선과 SO 측은 모두 방송위가 일정에 쫓겨 원칙이나 수치만을 제시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은 가입자 비율과 구역할당 문제다. 방송위는 지역내 중계유선의 가입자 확보 비율을 15%로 정했고 1개 SO구역에서 1개 SO 전환만을 허용키로 했다. 가입자 비율에 대해서는 중계유선과 SO가 모두 반발하고 있고 구역할당에 대해서는 중계유선 측의 불만이 많다.

물론 방송위원회가 중계유선의 SO전환 외에도 프로그램공급업(PP) 등록제, 홈쇼핑 신규 채널 승인 등 시급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800개가 넘는 전국의 중계유선사업자와 77개 SO의 실정을 다 살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의 전환기준이 「탁상행정」으로 끝날 경우 케이블TV 산업은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된다. 이미 유료케이블TV 가입자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어설프게 중계유선을 SO로 전환시키게 되면 양쪽 모두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우려다.

사업자들은 방송위가 지역내 사업자를 효율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이나 가입자 비율을 신뢰성 있게 산출할 수 있는 잣대 등에 대해 현명한 답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직된 행정의 틀에 산업을 무조건 끼워맞추기보다는 산업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행정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중계유선과 SO 역시 방송위만 비난해서는 안될 것이다. 방송위가 보다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기본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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