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28)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38>

왕 부총재가 1년 전에 붓을 찍었다는 것은 한 해 전에 머리를 얹었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골프장에 나온 신참을 후데오로시(筆落)라고 한다. 이 말은 홍콩과 중국으로 퍼져서 그들은 한국식으로 머리에 얹다는 말을 쓰지 않고 붓을 찍다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의 골프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일본 사람이었다. 우리가 홀을 돌고 있는 동안에도 앞뒤로 일본 관광객 골퍼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언제부터인지 과도한 인건비 때문에 캐디를 팀당 한 사람으로 줄이고 전동차를 사용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동남아를 비롯한 중국에서는 일대일 캐디를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유 회장의 말에 의하면 일본 골퍼들이 캐디를 잘못 길들여 놓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뭐가 잘못 길들이냐면 캐디와 함께 숲속에 들어가 정사를 하고 팁을 주는 일이지. 노천이기 때문에 정식 정사는 못하지만 아래를 내리고 그곳을 빨게 하는 것은 공식화되어 있지. 자네도 숲속으로 공을 날리고 나서 함께 들어가 보게, 그럼 캐디가 먼저 수작을 거는 것을 볼 거야.』

나는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4파 15번 홀에서 티샷을 하였다. 유 회장의 말대로 공은 OB가 났다. 의식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지켜보던 유 회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빨리 알아듣는군. 한번 들어가 보게. 틀림없을 것이니까.』

나는 마치 속이 들킨 기분이 들었지만, 어깨를 추석하고 숲으로 걸어갔다. 캐디가 함께 걸어왔다. 숲으로 들어가 공이 떨어진 곳을 찾았다. 그러나 유 회장이 말한 것처럼 캐디가 이상한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다. 참나무 아래에 있는 공을 찾아 밖으로 쳐내기 위해 9번 아이언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캐디는 아이언을 주지 않고 자신의 치마를 걷어올리는 것이었다. 미끈하고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숲이 우거져서 어두침침했지만 훤한 대낮이었기 때문에 나는 계면쩍었다. 밤이라고 해도 계면쩍은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안 된다고 손을 젖자 그녀는 매우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별한 수입을 올리려고 했는데 응하지 않자 낙담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갑자기 여자가 불쌍해서 그녀의 뜻대로 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으나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위선인가. 숲에서 밖으로 쳐내려는데 잘 되지 않았다. 공이 나무에 맞아 다시 뒤로 굴러오기도 하여서 그 숲에서만 5타를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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