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26)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36>

골프채는 거의 일제였다. 중국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가끔 한국산이나 독일제, 미제가 눈에 띄었다. 그 방은 마치 골프채를 전시해 놓은 전시장 같은 인상을 주었다. 실제 전시장은 아니고, 클럽을 가져오지 못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이었다. 진열해 놓은 몇 번에 있는 클럽을 원한다고 하면 그것과 같은 것을 빌려준다.

나는 10년 전부터 일제 미즈노 T-조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더 좋은 골프채가 많이 나왔지만 나는 쓰던 것을 고집하였다. 그것은 일종의 심리적인 일이지만, 다른 채를 잡으면 잘 맞지 않았다. 채가 탄력이 있고 유연성이 좋아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골프와 섹스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정신적인 상태가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골프와 섹스는 서둘면 안된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해야만 제대로의 맛을 즐긴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골프에서 맛이라고 할 만큼 심취하지도 못했고, 되풀이 해서 한다고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스타트하면서 류 총재가 오너가 되었다. 그는 미국에 유학할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과거에는 프로급이었다지만 지금은 싱글 정도였다. 나는 변함없는 보기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류 총재의 처음 티샷이 슬라이스를 내었지만, 그냥 씩 웃을 뿐 다른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두번째로 유 회장이 나가고 그 다음에 내가 쳤다. 왕 부총재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유 회장이 류 총재와 비슷한 싱글을 쳤다. 다른 사람이 헤매고 있을 때도 유 회장은 여유있게 코스를 돌았다. 그런데 파5홀에서 OB를 친 유 회장이 시간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골프장에서는 플레이어 한 사람당 캐디가 한 명씩 따라 붙는다. 캐디는 마치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방불케 할 만큼 팔등신의 미녀를 뽑아서 그라운드를 시원스럽게 하고 있었다.

팀이 다음 홀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도 나타나지 않아서 나는 유 회장이 들어간 숲으로 갔다. 울창한 숲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침침하기조차 하였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라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유 회장은 자작나무 아래에서 데리고 다니던 캐디와 함께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나무에 기대 서 있고, 여자가 아래를 모두 벗은 상태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매달려 있었다. 좀체 일을 끝내지 못하는지 여자는 계속 몸을 흔들고 있었고, 유 회장은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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