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했다. IMT2000 사업권 신청 마감 일주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신청 예상자 3개사 모두가 비동기식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최소한 1개의 사업자는 동기식을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던 바와 다르다. 당초 비동기식에 치중해 왔던 LG텔레콤(LG전자)은 입장 변경이 없고 SK텔레콤과 한국통신측도 마케팅이나 기업가치를 생각할 때 동기식보다는 비동기식이 유리해 이같은 사업계획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사업권 신청 마감까지는 어느 정도 상황변화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사업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인쇄해야 하는 등 정해진 절차에 소요되는 시일이 일주일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이제와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보면 사실상 3개 사업자의 비동기식 사업권 신청은 이변이 없는 한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정부의 식견 부족과 안일한 대처가 벌써 몇 개월 동안 기술표준인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게 했으며 결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사태까지 낳았다. 정부가 최소한 동기식을 신청하는 1개 사업자를 두려고 했던 것은 무역수지나 대미 통상관계, 장비산업의 발전 등 나름대로 명분은 있었다.
그런데 그같은 명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전에 동기식과 비동기식에 대한 장단점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 업계에 이해를 구하고 만에 하나 정부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예상이 빗나가자 정책을 수시로 바꿔 사업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또 이같은 결과가 발생한 것은 한편으로 사업권 신청 예상자를 밀어붙이기만 하면 정부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정보통신 시장에 대해 무지했거나 또 안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지분을 59%나 보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조차 정부의 뜻과 달리 비동기식을 채택한 것은 여러 모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한국통신도 동기식을 택했다간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또 민영화 이후에 자체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대주주인 정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사업자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것이니 만큼 정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나 또 정부에 약한 민간기업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려는 어리석음을 택해서는 안되겠다. 만에 하나 한국통신이 원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가 앞으로 수년 후에 부실화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만약 남은 기간에도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입장 변경이 없고 비동기식을 신청할 경우 사업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정해진 심사기준에 충실히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정 업체가 특정 방식만을 고수한다고 해서 불이익이나 또 사정을 봐주는 것은 또다른 분쟁의 불씨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다행히 추후에 동기식 1개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 절차를 거치더라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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