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폭락, 벤처기업 자금난, 벤처 CEO의 사기행각….」 코스닥등록기업들은 이대로 몰락하는가. 국내 벤처업계의 대표주자격인 코스닥등록 정보기술(IT)업체들이 최근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기행각으로 구속되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벤처붐과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코스닥등록 IT업체들이 재도약이냐 동반몰락이냐 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코스닥등록 IT업체들이 재도약을 위해 달라져야 하는 점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코스닥등록 IT업체 CEO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검찰이나 금감원을 통해 드러난 코스닥등록업체 CEO들의 모럴해저드를 넘어 불법적인 사기행각만도 올해 들어 3건이나 된다. 또 현재 수사중인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 건수가 100여건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러한 불법행위들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수법도 과감해지고 치밀해지는 등 탈법적 양상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은 불과 2년여 만에 20여개 닷컴기업의 최대주주 및 대주주가 되면서 IT벤처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지만 지난 21일 불법대출 등 불법행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몰락, IT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방금고와 대신금고를 마치 사금고처럼 이용해 총 670여억원(추정)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21일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또 대신금고가 보유중인 평창정보통신 주식 33만주(36억3000만원)를 부당하게 인출해 동방금고 불법대출의 담보로 사용한 것도 함께 밝혀졌다.
결국 정씨의 사기행각은 그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한국디지탈라인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21일 최종 부도처리된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디지탈라인의 부도는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정씨의 몰락은 IT업계 CEO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코스닥등록 IT업체 CEO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것. 지난해 정부의 「벤처살리기」 일환으로 코스닥등록요건이 완화되고 증시마저 활황을 이루면서 그야말로 코스닥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벤처기업의 꿈의 장터」로 변신했다. 부도에 직면한 업체들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서 우량한 IT업체로 변신하는가 하면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겉포장을 잘해 코스닥시장에 무혈입성하
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 과정에서 우선 돈을 벌고 보자는 벤처업계의 CEO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벤처의 생명인 기술개발은 뒷전인 채 공모자금이나 증자금을 가지고 문어발식 투자를 일삼는가 하면 주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례마저 적발됐다. 올해 주가조작으로 코스닥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세종하이테크와 테라의 사건은 CEO의 모럴해저드의 심각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증시 전문가들은 『많은 코스닥등록업체 CEO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돈에 관한 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벤처 CEO의 도덕불감증은 전반적인 IT업계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 IT업체의 재무관계자는 『지난해 벤처의 꿈을 안고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겼지만 CEO의 막가파식 불법적인 자금사용을 보고 큰 실망을 느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최근 만난 한 벤처기업의 CEO는 술자리에서 무용담처럼 자신의 성공신화를 열변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증자금 중 20억원 가량을 가족명의로 돌려놨다』며 『그 정도면 회사가 망해도 그들이 먹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벤처기업의 입지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자금줄은 막힌 지 오래고 운영난을 이기지 못해 매물로 나온 벤처기업만도 수두룩하다. 자신의 기업이 반석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인지, 그렇지 않고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 치졸의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 이제 CEO의 선택에 달려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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