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발목잡는 법적·제도적 족쇄 제거를

벤처산업의 핵심 인프라이자 벤처기업의 주 자금공급원인 벤처캐피털업계가 관련 법 및 제도적 규제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법적, 제도적 걸림돌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과 코스닥 침체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신규투자를 최대한 억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벤처산업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벤처캐피털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 불평등한 록업시스템=정부는 지난 9월부터 창투사 등 법상 벤처캐피털은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했을 때 보유주식을 6개월 안에는 매도할 수 없는 이른바 「록업(lock-up)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등록 후 대량 매물을 제한함으로써 벤처기업의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 규정은 벤처캐피털에만 적용될 뿐 실질적으로 등록기업의 조기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은행·증권·투신·종금·보험 등 기관투자가들과 일반법인은 해당이 안된다. 벤처네트워크그룹 배재광 사장은 『벤처캐피털은 자유로운 투자회수(exit)를 통한 수익창출과 재투자가 생명인데, 이를 제한하고 특히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차별적용하는 것은 위헌에 해당한다』며 『모든 기관에 같이 적용하든지 아니면 이를 철폐해 투자-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각종 투자 제한=벤처캐피털은 근본적으로 벤처투자를 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그런데도 현행 법이나 규정에서는 투자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 우선 창투사들은 다른 창투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참여할 수 없으며 해외투자도 자본금 대비 30%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또 금감위 규정상 벤처캐피털업계 임직원들은 벤처투자를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선진국들은 오히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벤처투자를 권장한다. 당사자가 직접 투자를 하면 그만큼 투자기업의 가치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근본적으로 벤처자금을 운용하면서 얻은 수익을 벤처기업에 되돌려주는 선순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각종 벤처캐피털 투자제한은 과거 벤처캐피털산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때에 적용된 것으로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주식회사의 한계=현재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의 법정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을 주식회사로 설정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상법상에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행위인 투자나 투자회수에 많은 걸림돌이 발생한다. 특수관계인의 투자제한 조치의 경우가 그렇다. 가령 투자를 하고 사외이사로 들어가면 특수관계인으로 설정돼 추가 투자에 문제가 많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벤처캐피털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법정 자본금으로 규정한 주식회사 형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벤처펀드를 결성,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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