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순 겜TV 사장 danielpark@ghemtv.com
독일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가져다준 작품은 1943년에 발표된 「유리알 유희」다.
그는 이 작품에서 동양과 서양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적·예술적 활동을 「유리알 유희」로 설정하고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를 내세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차원의 존재임을 「유희」를 중심으로 증명해간다. Homo Ludens란 「유희의 인간」을 나타내며 F. V. 실러는 『인간은 유희를 함으로써 진실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의 유희란 육체적 만족만을 위한 일차적 놀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는 정신적 활동까지도 포함하는 총체적 의미의 놀이를 뜻한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쓰는 게임이라는 단어도 본래 「흥겹게 뛰어 논다」는 뜻의 인도유로피언어인 「겜(ghem)」에서 유래했는데, 어쩌면 실러가 말한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유희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겜」에서 유래한 게임이 아닐까 한다.
게임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폭넓어서 인간 유희의 모든 활동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전자기구에 의해 행해지는 놀이」로 한정하고자 한다.
전자게임이 오늘날 컴퓨터기술은 물론 시나리오와 영상·음악·감성처리기술 등이 포괄적으로 접목된 종합예술의 결정체요, 고부가가치의 문화지식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의 주요 대중 종합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되고 있고, 그 나라의 문화창조능력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이 21세기 게임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정적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이룩한 우리의 반도체신화가 한국의 전자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국민의 정부는 선진정보화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한 해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던 PC방과 스타크래프트 열풍에서 보듯이 국내에서도 이제 게임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가 진정한 게임문화강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돼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게임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이다. 게임하면 아직도 코흘리개 돈을 노리는 전자오락 정도로 생각하거나 폭력과 음란이 가득한 저질의 일본문화 산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세계적인 게임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종합예술이요, 유희문화라고 인식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강국은 국민의 성숙한 문화의식에서 이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이 단순한 사고의 전환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능동적 참여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인 만큼 게임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애정과 참여가 절실하다.
또한 게임산업 발전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의식전환이다. 안타깝게도 출판·음반 등 우리나라 문화시장구조 자체가 취약성을 안고 있는데, 새로이 형성되는 게임시장 역시 기존의 취약한 시장구조를 근간으로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취약한 구조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21세기 문화창조자들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천민자본주의식 한탕주의가 고개를 들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된다. 첨단문화산업의 첨병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새로운 시장구조의 구축을 위한 노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우리 PC게임시장의 기형적인 모습을 극복하고 세계적 주류 중 하나인 비디오게임·아케이드게임은 물론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온라인게임을 육성해 폭넓은 게임문화의 향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수준높은 게임문화 창조가 가능할 것이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는 강력한 문화전달매체를 방송이라 할 때 우리 게임시장은 이미 세계에서 세번째, 아시아 최초의 전문·특화된 게임전문위성방송을 갖고 있다. 이는 비록 여러가지 숙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이 21세기 게임문화강국으로 가기 위한 청신호로 볼 수 있다.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방송매체가 하나가 될 때, 세계 게임시장은 새천년 한국의 국가중점산업분야로 자리한 한국게임의 무한한 가능성의 신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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