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현주소>3회-급부상하는 아시아 빅3

세계의 여러 인종이 들어와 미래의 「벤처스타」 꿈을 키워 가는 실리콘밸리. 이곳은 요즘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창업벤처의 급증, 기존 기업의 사업확장, 전세계 벤처기업들의 유입붐 등으로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각종 전문가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 벤처기업들이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닷컴비즈니스의 특성상 아직도 수요를 커버하기엔 여전히 인력공급이 태부족이다. 특히 무선인터넷 등 떠오르는 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구하기가 어렵다. 또 바이오붐의 영향으로 바이오 전문인력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같은 인력 수급불균형 현상으로 인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중 하나는 아시아계 벤처기업과 관련 전문인력들의 부상이다.

특히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아시아 빅3의 진출은 눈에 띄게 늘어나 실리콘밸리에서 이들 국가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 적어도 벤처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만큼은 아시아 국가 순위를 다시 매겨야 할 판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아시아계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1인 23% 수준. 이중에서도 인도의 약진은 두드러져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터번을 둘러 쓴 인도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SW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인도인의 활약상은 무서울 정도다. 실제로 최근 미국 연방이민국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급된 해외 취업비자(H-1B) 8만1262건중 인도가 3만3381건으로 무려 4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각각 1691건(2.1%), 1631건에 불과하다.

새너제이주립대 윤석중 교수는 『인도인의 부상은 일단 영어구사 능력이 탁월해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데다 인도의 교육시스템, 인도정부의 강력한 지원, 풍부한 인적자원 등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실리콘밸리 진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인도 벤처산업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13억의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의 부상도 실리콘밸리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유의 끈끈한 결집력과 풍부한 인적자원, 상대적으로 영어구사 수준이 높아 중국인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야후의 제리양 등 중국계 벤처스타들이 전략적으로 본토인들의 진출과 조기 정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막강한 화교계 자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계 벤처캐피털이 실리콘밸리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중국계 벤처기업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

또 중국인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결집력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중국계 벤처인들을 묶은 범 화교네트워크 구축도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찍이 실리콘밸리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이스라엘의 경우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비 미국계기업중 이스라엘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스라엘계 벤처기업은 특히 무선통신을 비롯한 첨단분야의 높은 기술력과 유대계 자금동원 능력, 잘 짜여진 네트워크, 언어구사 능력 등으로 여전히 실리콘밸리에서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극동의 경제 강국인 일본과 한국의 실리콘밸리 진출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전문 인력들의 진출도 인도, 중국, 이스라엘 등 아시아 빅3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는 언어장벽이 여전히 두껍고 현지 정착을 위한 사회 문화적인 괴리를 좁히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현지 조기 정착에 필수적인 휴먼 네트워크도 아직은 취약하다.

그러나 CDMA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과 무선인터넷으로 미국 따라잡기에 나선 일본계의 실리콘밸리 진출도 최근 들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계 벤처기업인 하프돔시스템스의 찰스 구 사장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CDMA와 반도체디자인기술 등 일부에서는 한국이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인도와 중국을 벤치마킹해서 실리콘밸리 진출을 범 국가차원에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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