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독서산책>경영은 知力의 문제이다

노나카 이쿠지로 저 「지식경영」

노나카 이쿠지로가 지식경영의 전도사로서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95년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공저 「지식창조 기업」을 통해 <암묵지>와 <형식지>라는 두개의 신조어를 선보이면서부터다. 그는 이책에서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를 표현할 수 없는 습관, 행동, 통찰력 등 개인에게 있어 노하우 형태로 존재하는 지식이라고 정의했다.

또 형식지(型式知·explicit knowledge)는 분석 보고서, 사용설명서,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코드, 전자우편 등의 형태로 표현된 지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식지는 조직내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암묵지가 조직 전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표현된 것이다. 형식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또다른 암묵지를 생성해주는 근원이 된다. 지식창조는 이처럼 암묵지와 형식지가 서로 물고물리는 과정을 통해 또다른 암묵지와 형식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노나카는 지식창조가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태스크포스형 조직의 유연성과 관료제의 효율성을 결합한 하이퍼텍스트형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곧 지식창조이론이다. 노나카는 특별히 암묵지→형식지→암묵지의 과정을 「나선형(螺旋形) 지식창조」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전세계 기업들은 관료제 기반의 이른바 일본식 경영기법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거품이 거치고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기업의 경영환경은 비용절감, 조직 및 업무의 슬림화, 고용축소 등 효율을 중시하는 방어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제임스 챔피와 마이클 해머 등이 리엔지니어링 경영기법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꼭 축소나 삭감, 그리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서 리스트럭처링이나 리엔지니어링도 기업들에 크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이때 노나카가 주장하고 나선 것이 지식창조를 전제로 한 「창조적 파괴」다. 글로벌시장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타개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다.

창조성이라는 의미에는 본래 효율성의 뜻도 함께 포함돼 있을 터다. 높은 효율성이란 궁극적으로 창조적인 혁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어떤 생물이 진화를 통해 앞의 세대보다 높은 자원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기업에서 창조적 파괴를 뒤집어보면 곧 창조적 경영이 되는 것이다.

노나카는 창조적 파괴를 위해서 우선 기업의 본질(에센스)이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숙고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知)라는 측면에서 조직의 기반능력을 재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창조적 파괴 또는 창조적 경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에센스를 기업 조직이 가진 잠재적 능력, 요컨대 지력(知力)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지금까지 창조적 파괴 혹은 창조적 경영을 호소해온 경영자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요지는 대체적으로, 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부터 의식을 바꾸어야 하며, 창조적 이데올로기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소는 호소로 그쳤을 뿐이다.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창조적 경영을 조직의 과학, 또는 조직지식공학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이다.

노나카가 「지식창조기업」에 이어 집필한 「지식경영(원제 지력경영)」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2가지다. 첫번째는 미래의 기업은 조직의 지적 능력과 이를 통해 창조되는 지식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점, 즉 지력경영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조직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지력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끊임없는 지력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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