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왓 라이즈 비니스」

끝을 알 수 없는 반전이 스릴러의 미덕이라면 「왓 라이즈 비니스」는 그 법칙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영화다.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저메키스 감독은 자신에겐 생소한 이 낯선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B급 스릴러의 재미를 선사한다. 「식스 센스」의 성공이후 하나의 유행장르가 되었던 심령의 세계와 저메키스 감독의 특기인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의 키 포인트.

따뜻하고 평화롭게만 보이는 한 가정을 엄습하는 공포는 초반엔 마치 가벼운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관객의 마음을 풀어놓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치열하게 긴장의 고삐를 당겨간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이후 최고의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저메키스 감독의 의도는 해리슨 포드와 미셸 파이퍼라는 두 배우의 역량을 실어 조심스럽게 절반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감독과 배우의 무게감이 실려있긴 하지만 「왓 라이즈 비니스」는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는 적의 캐릭터를 뒤쫓아가는데는 적잖은 혼란이 뒤따르며 공포를 자아내는 법칙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지 않을 만큼 너무나

모범답안적이다.

아름다운 전원주택으로 이사온 노먼 가족. 듀퐁연구소의 교수로 재직중인 노먼은 아내인 클레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남자다.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 재능 있는 음악학도였던 클레어는 딸이 대학 기숙사로 떠나자 외로움과 허전함에 빠진다. 어느 날 클레어는 담장을 이웃하고 있는 심리학과 교수의 부인이 우는 것을 보게되고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다. 이웃집을 관찰하던 클레어는 심리학과 교수가 부인을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지만 연구로 바쁜 노먼은 아내가 과민해진 탓으로 돌린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아보지만 클레어는 계속해서 젊은 여자의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되고 스스로 비밀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죽은 환영의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이웃집 여자가 남편과 함께 나타나자 클레어는 다시 혼란에 싸이고, 우연히 1년 전에 실종된 한 학생의 기사를 읽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1년 전의 교통사고를 기억해 낸다.

저메키스 감독은 단란한 중류층 가정에 내재해 있는 끔찍한 위선을 영화 소재로 불러오면서 심령의 세계를 가미, 현실적인 위협과 원초적인 공포심리를 동시에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전반적으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의 노선이 혼재된 느낌을 준다. 서스펜스의 기초적인 문법을 차용해 나가는 저메키스지만 그림을 만들어내는 그의 장기는 여전히 손을 들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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